프로당구팀 라온팀 선수들과 함께한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가운데). 크라운해태 제공
프로당구팀 라온팀 선수들과 함께한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가운데). 크라운해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스포츠업계에도 큰 타격이 됐다. 도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대회가 연기되고 기업 후원 등은 축소됐다. 글로벌 스포츠마케팅업체인 투서클스는 기업의 스포츠 후원액은 올해 289억달러(약 34조4500억원)로 전년 대비 37%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과감하게 지원한 두 기업인이 있다. 스포츠 애호가로 알려진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75)과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65)이다.

한국대학배구연맹과 후원 협약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오른쪽). 제너시스BBQ 제공
한국대학배구연맹과 후원 협약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오른쪽). 제너시스BBQ 제공
윤홍근 회장은 코로나19로 후원이 끊긴 전국 대학배구리그를 후원했다. 후원이 끊겨 경기를 취소해야 할 위기에 처한 한국대학배구연맹은 지난달 배구 마니아로 알려진 윤홍근 회장을 찾았다. 그는 “이 대회 하나만 보고 연습한 선수들이 안쓰럽고 옛날 생각도 났다”며 “비인기 종목이지만 어려울 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전액 후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너시스BBQ는 올해 개최 비용 1억원을 전액 지원한다.

윤홍근 회장은 12사단 군 장교 시절부터 배구를 좋아했다. 최전방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에 소대원들을 모아 2~3일에 한 번 배구대회를 했다. 장교 월급을 상금으로 내놨다. “소대원들과 함께 뛴 것이 즐거운 군 생활 추억으로 남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후원에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대학배구는 홍보 효과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윤홍근 회장은 “미래 스포츠 유망주 육성에 작은 힘을 보태는 데 의미가 있다”며 밀어붙였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전국 대학배구리그는 제너시스BBQ의 후원으로 지난달 말 강원 고성과 전남 무안에서 개막했다. 무안은 윤 회장의 고향인 전남 순천과 가깝다.

윤영달 회장은 올해 처음 리그전을 시작하는 프로당구 후원자로 나섰다. 그는 당구선수인 지인으로부터 국내에 세계 첫 프로당구 리그가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후원을 결정했다. 크라운해태가 후원하는 선수는 다비드 마르티네스, 박인수, 김재근, 이영훈, 선지훈, 강지은, 백민주 등 7명. 이들은 올해와 내년 프로당구(PBA) 투어와 8월 개막하는 PBA 팀 리그에 크라운해태 라온팀으로 참가한다. 크라운해태는 선수들이 부업을 하지 않고 선수 생활에 전념할 수 있을 정도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윤영달 회장은 당구 애호가다. 고교 시절 당구 수지가 150을 넘겼을 정도로 잘 쳤다. 기업 경영을 하면서도 서울고 동기들과 가끔 당구를 즐기는 동호회 활동을 했다. 서울시가 주최한 금융증권인 당구친선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당구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화합을 다지는 데 바람직한 운동”이라며 당구 예찬론을 편다.

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