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아들 가방 가둬 숨지게 한 계모 "뛴 건 맞지만"…살인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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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법 위반 인정하지만 살인 고의성 없어"
아동학대방지협회, 숨진 아동 동생도 학대 주장
아동학대방지협회, 숨진 아동 동생도 학대 주장
변호인 "가방 위 뛴 건 맞지만 두 발 떨어질 정도로 뛰진 않았다."
함께 살던 9세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가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계모가 첫 재판에서 "살인 범행에 고의성이 없었다"며 살인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15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채대원) 심리로 진행된 이 사건 첫 공판에서 계모 A(41)씨는 변호인을 통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죄 혐의를 부인했다.
살인죄와 상습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지난달 구속기소 된 A씨는 이날 민트색 수의복을 입고 재판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 채 질문에 답변을 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7시25분께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가뒀다. 이후 아들이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가뒀고 심지어 아들을 가둔 후 약 3시간 동안 외출까지 하기도 했다.
A씨는 아들이 가방에 갇혀 숨이 안 쉬어진다고 호소했으나 가방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뛰는 등 계속해서 학대했으며, 아들의 울음소리와 움직임이 줄었지만 그대로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들은 약 7시간 가량 가방에서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인 3일 오후 6시30분께 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는 아들을 가방에 가둬뒀으며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뛰기도 하고, 숨쉬기 힘들다고 수차례 호소함에도 가방안으로 헤어 드라이기 바람을 넣기도 해 아들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며 설명했다.
또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아들이 숨지기 전인 올해 5월 29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요가링으로 때려 상해를 가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해 상습아동학대와 특수상해 혐의도 추가됐다.
변호인은 "A씨의 친자녀들의 진술 중 아들이 들어가 있던 가방 위에서 뛰는 행동을 한 것은 맞지만 두발이 떨어질 정도로 뛰진 않았다"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하자 바람을 넣기 위해 드라이기를 켠 것은 맞지만 직접 가방을 열어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은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A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친자녀를 증인으로 요청했으나, 친자녀 나이를 고려해 변호인 측이 영상녹화본을 확인한 후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8월 19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사건과 별도로 A씨가 함께 살던 남성의 또 다른 아이, 즉 숨진 아동의 동생을 학대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와 경남여성변호사회 손명수 회장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숨진 아동의 동생을 상습 학대했다는 진술이 있지만 추가로 기소하지 않았다"며 A씨의 상습 학대 고발장을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제출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