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 외의 주택 처분을 권고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연합뉴스
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 외의 주택 처분을 권고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주택 처분 과정에서 강남 대신 지방의 아파트를 먼저 팔아 최대 6억원가량의 세금을 아끼게 될 전망이다. 차익이 큰 아파트를 마지막에 팔면 세금이 확 줄어드는 양도소득세 계산 구조 때문이다.

매각 순서만 조절해도 세금 줄어

3일 관보에 게재된 올해 공직자 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노 실장은 서울 반포동 ‘한신서래’ 전용면적 46㎡ 주택형과 충북 청주 가경동 ‘가경진로’ 전용 135㎡를 가진 2주택자다. 두 집 모두 노 실장과 아내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노 실장은 전날 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 이외의 주택 처분을 권고하면서 솔선수범 차원으로 본인의 집 또한 내놨다. 그러나 당초 반포동 아파트를 매각하는 것으로 발표했다가 40분 만에 청주 아파트로 정정하면서 강남 아파트는 절대 팔지 않는 ‘똘똘한 한 채’ 재테크란 빈축을 샀다.

세무전문가들은 노 실장이 양도세 중과세 구조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도세 중과세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팔 때 일반세율(최고 42%)에다 주택수에 따라 10~2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그런데 청주는 지난달 ‘6·17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노 실장은 어느 집을 팔든 최고 52%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셈이다. 그러나 이때 주택의 매각 순서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세금이 크게 달라진다.

1. 강남 아파트를 먼저 판다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부부가 소유한 서울 반포동 한신서래아파트. 네이버거리뷰 캡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부부가 소유한 서울 반포동 한신서래아파트. 네이버거리뷰 캡처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노 실장은 반포동 한신서래 전용 46㎡를 2006년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지금은 15억을 호가한다. 그러나 다주택 상태에서 당장 이 집을 먼저 팔 경우 12억원가량의 차익에 대해 중과세가 작동한다. 이땐 청주 아파트의 기준시가에 따라 반포동 아파트의 세금이 달라진다. 지방의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아파트는 중과세를 판단할 때 주택수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 실장이 보유한 청주 가경진로 전용 135㎡는 지난달 중순 2억9600만원에 실거래됐다. 국세청이 정한 이 아파트의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라면 반포동 집을 팔 때 노 실장 부부가 낼 세금은 각각 1억6400만원, 총 3억2800만원이다. 중과세가 아닌 일반세율이 적용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도 따라 28%(보유기간 14년)가 인정된다.

만약 청주 아파트의 기준시가가 3억원을 초과한다면 세금은 확 불어난다. 이땐 일반세율이 아닌 중과세율을 적용받고 장특공제도 사라진다. 부부가 각각 3억800만원, 총 6억16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사는 “최소 3억~6억원의 양도세를 물기 때문에 강남 아파트를 먼저 팔 이유가 없다”면서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판다면 수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파는 이유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노 실장이 선택한 시나리오다. 그는 청주 아파트를 2003년에 매입했다.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아파트의 시세 상승분은 60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더라도 노 실장이 내야 할 양도세는 앞선 사례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 마저도 부부 공동명의인 까닭에 실제 내야 할 세금은 더 줄어든다. 양도세는 소유자별로 과세표준을 따지는 인별과세 방식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그 다음이다. 노 실장은 청주 아파트를 매각하면 1주택자가 된다. 1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집을 팔 때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9억 초과분에 대해선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80%의 장특공제도 받는다. 차익이 거의 없는 청주 집을 먼저 판 뒤 차익이 많은 강남 아파트를 비과세와 공제 혜택을 톡톡히 볼 수 있는 전략인 셈이다.

강남 아파트 1주택 상태에서 현재 시세 기준으로 매각할 경우 노 실장 부부의 양도세는 각각 650만원, 총 1300만원으로 줄어든다. 강남 아파트와 청주 아파트의 매각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3억~6억원의 세금이 왔다갔다 하는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 회계사는 “차익이 큰 집을 최종 1주택 상태에서 매각하는 게 중과세 제도에 대한 정석적인 대처”라면서 “9억원까지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도 청주 아파트보단 강남 아파트에 적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