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서는 마스크 착용률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올 2∼6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을 국가별로 조사해 28일(현지시간) 발표한 결과 미국은 71%, 독일은 64%, 영국은 31%를 기록했다.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 마스크 착용률이 90%에 육박한 것에 비하면 크개 떨어진다. 특히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5% 미만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구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수치스러운 행동'이란 인식이 있는 데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상적 마스크 착용의 효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에서는 상점이나 공공교통수단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상태다. 하지만 현지 연구 결과를 보면 대체로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심리가 드러난다.

영국 런던 미들섹스 대학과 미국 버클리대학 수리과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이 창피하고, 쿨하지 않고, 취약성과 부정적 인식의 상징이라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다른 형태로 얼굴을 감싸는 데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벨기에는 이슬람 베일 착용이 금지돼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집회 시위 때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다. 은행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안전상 이유로 금지돼 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마스크는 우리 문화에서 낯설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칼 라우터바흐 독일 전염병 전문가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것은 정체성과 연계된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학 전공 학생은 마스크가 전염병을 예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착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롤모델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