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일 '윤석열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28일 여권에선 처음으로 추미애 장관을 향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응천 의원이 '친문'을 자처하는 추미애 장관을 공격한 만큼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 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여당에서 나온 추미애 장관에 대한 첫 공개 비판이다. 설훈 최고위원을 필두로 여권 일부에서 윤석열 총장의 사퇴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반대 행보에 나선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금태섭·박용진·김해영 전·현직 의원 등과 함께 '조금박해'라는 쓴소리 4인방으로 꼽힌다.

조응천 의원은 또 "추미애 장관께서 거친 언사로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미애 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며 "그래서 당초 의도하신 바와 반대로 나아갈까 두렵다"고도 전했다.

최근 여권 일부 인사들은 윤석열 총장 사퇴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가 역풍을 우려하며 제동을 건 바 있다. 조응천 의원의 이날 비판은 추미애 장관의 발언으로 여권 전체가 윤석열 총장과 갈등을 빚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과 관련해 "검찰의 치명적 모욕"이라며 공식 선상에서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조응천 의원 입장 전문

추미애 장관님께

우선 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 당시 여당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이었고 법사위 활동 내내 검찰의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극히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였다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그렇지만 최근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 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입니다.

저는 여당 의원입니다. 또 군 법무관, 검사, 법무부 공무원 그리고 이후 변호사 생활, 국회 법사위 등 법조 부근에서 삼십 년 가까이 머문 사람입니다. 최근 상황에 대해 뭐라도 말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만에 하나 저의 발언이 오해나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동시에 느끼며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임감이 더 앞섰습니다.

추미애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하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장관의 영문 표기를 직역하면 정의부 장관(Minister of Justice)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꼭 거친 언사를 해야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단호하고도 정중한 표현을 통해 상대를 설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형식적 문제만이 아닙니다. 추미애 장관 취임 전 66명의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하고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했습니다. 물론 권위주의 시절에는 정치적 행태가 지금과 매우 달랐고 그 이후에도 법무부와 검찰의 공생, 악용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과거 전임 장관들도 법령,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고려로 인해 자신들의 언행을 자제했습니다.

추미애 장관께서는 검찰개혁의 당위성, 특히 검언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단호하게 발언하셨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은 인지수사권과 소추권을 한 손에 움켜쥔데서 비롯된 것이란 것이 그간의 중론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회수하여 순수한 소추기관으로만 남겨놓자는 것이 검찰개혁의 당초 취지였음에도 20대 국회에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회수하지도 못하고, 소추 및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위상은 오히려 약화시킨 어정쩡한 내용으로 법안이 마련되고 추진되었기 때문에 제가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혔던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초 수사권조정 취지대로 나아가는 것만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검언유착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역효과와 갈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추미애장관께서 거친 언사로 검찰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미애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초 의도하신 바와 반대로 나아갈까 두렵습니다.

또한 추미애 장관께서 연일 총장을 거칠게 비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챙기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하여 하루 빨리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추경심의 및 민생법안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야당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진정하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민생에 집중해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야당도 압박하고 견인할 수 있습니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은 정해진 절차와 제도에 따라 차분하고 내실있게 진행하면 될 일입니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라도 장관님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거듭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집권세력은 눈앞의 유불리를 떠나 법과 제도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우리가 거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당장의 현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야당이나 또 일부 국민들은 우리의 정책이나 기조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에 따라 거버넌스가 진행된다는 믿음을 드려야 합니다. 신뢰가 높아질 때 지지도 덩달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장관께서 원래의 의도나 소신과 별개로 거친 언행을 거듭하신다면 정부 여당은 물론 임명권자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장관님께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되돌아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