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격 얻으려 유령회사 설립…6억원대 사업 수주
'대북확성기 입찰비리' 업체 대표 징역 6개월 추가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에 연루된 음향기기 제조업체 대표가 유령회사를 설립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며 사업을 따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사기,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모(69)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음향기기 제조업체 인터엠 대표인 조씨는 2007년 아이엠피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해 2016∼2018년 정부나 군,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방송 설비 공사들을 수주한 혐의를 받는다.

아이엠피가 따낸 사업은 총 3건이다.

사업비는 총 6억4천여만원에 달한다.

조씨는 인터엠의 규모가 커지고 매출액이 늘어나 중소기업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장치 관급 공사는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이 제한돼 있다.

아이엠피는 가동하지 않는 공장과 연구소를 형식적으로 구비하고 마치 독립적으로 생산 시설과 인력을 갖춘 것처럼 꾸며 사업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조씨가 중소기업 외관을 갖춘 회사인 아이엠피를 탈법적으로 설립해 공공기관 계약 담당자를 속여 계약을 맺고 공사대금을 편취했다"며 "다른 중소기업의 성장에도 결과적으로 지장을 줬다고 할 수 있어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씨가 공공기관에 납품했던 물품이 계약 수준에 미달했다든지 납기를 맞추지 못했다든지 하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형량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조씨는 브로커를 동원해 대북 확성기 사업을 낙찰받은 혐의로도 유죄가 확정됐다.

대북 확성기 사업은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인터엠이 확성기 40대를 공급했으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입찰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인터엠의 확성기는 군이 요구하는 가청거리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브로커를 통해 166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낸 것으로 드러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징역 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