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 쏟아진 청약통장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와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청약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13개 단지의 1순위 청약에 몰린 주택청약통장은 총 15만9003개로 집계됐다.

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출시된 이듬해인 2010년 상반기 이후 역대 가장 많은 통장이 몰렸다. 2018년 상반기 사용한 1순위 청약통장은 11만9030개로 처음으로 10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8만551개가 들어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로또 청약’이 등장하면서 청약 경쟁률이 높아졌다. 올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99.3 대 1로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당첨자 중에는 만점(84점)짜리 가점이 나오기도 했다. 84점은 무주택·청약통장 가입 기간 각각 15년 이상, 부양가족 6명 이상 등의 조건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조만간 분양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등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크게 낮게 책정돼 청약자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강화로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제한돼 향후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달 28일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수익성 악화로 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오는 9월부터 서울 및 수도권 재개발 아파트의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이 기존 15%에서 최대 30%로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공급 부족 우려와 신축 아파트 인기 상승으로 청약통장 수와 경쟁률, 당첨 가점 모두 역대급 수치를 보이고 있다”며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세대가 소외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