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저항 언론인 출신으로 이스라엘 이민 간 작가도 강력 비판
평소 이스라엘 옹호해오다 서안 합병계획에 입장 180도 변화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합병은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언론인으로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와 수십년간 싸우다가 이스라엘로 이주한 팔순의 작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요르단강 서안 합병 계획에 대해 '아파르트헤이트'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포그룬드(87) 옹은 20년 전 이스라엘로 이민 온 이후 그동안 이스라엘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는 비난에 대해 '그렇지 않다'면서 열정적으로 변호해왔다.

그러나 만약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그의 생각도 180도 달라진다.

이스라엘이 '현대판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이 될 것이라고 그는 선포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19일 예루살렘 집에서 AP와 가진 인터뷰에서 "점령지역에 이스라엘 지배자가 있고 그들이 다스리는 사람들은 기본 인권이 없을 것"이라면서 "그건 아파르트헤이트가 될 거고 우리는 그런 비난을 받아도 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건 그렇게 되면 거대한 위험에 우리가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국가 아니다'며 변호했지만 합병계획에 낙담

왕성한 작가인 포그룬드 옹은 현재 남아공 정치사에 대한 신작을 집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낙담해 다가오는 병합에 대해 도저히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난 그걸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그것에 대해 너무 암울하다고 느낄 뿐이다.

그건 너무 어리석고 경솔하며 거만하다"고 강조했다.

수년 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가장 가혹한 비판론자들은 이스라엘에 '아파르트헤이트' 딱지를 붙여왔다.

이스라엘이 점령지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권을 부인한 채 통치한 것을 묘사한 용어로 말이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대부분 그런 비판에 대해 성공적으로 방어해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계획의 일환으로 자신의 병합 조치를 이르면 다음 달 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용어가 갈수록 이스라엘 정치 담화에 회자되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공 소수정권이 1948∼1994년 강제한, 조직적인 인종차별 정책을 일컫는다.

이는 주거와 공공시설을 백인과 흑인 간에 분리하고 인종 간 관계를 금지하며 흑인 다수에 대한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남아공은 '왕따(pariah) 국가'로 낙인찍혔지만 1994년 성공적으로 아파르트헤이트를 해체했다.

이때 민주 선거 덕분에 넬슨 만델라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이스라엘 정부 지지자들은 자기 나라를 남아공에 비교하는 것에 분노한다.

이스라엘의 아랍 소수계는 인구의 20%밖에 안되고 투표권이 있으며 차별은 일부 있지만 비즈니스, 정치, 오락 등에서 그 지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포그룬드 옹의 생각은 다르다.

◇만델라 친구로 아파르트헤이트와 맹렬히 싸우다 신문 폐간돼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합병은 아파르트헤이트"
그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랜드 데일리 메일지(紙)의 기자이자 편집인으로 아파르트헤이트의 공포를 기록해왔다.

여기에는 악명높은 '샤프빌 학살'도 포함된다.

당시 남아공 경찰의 흑인 시위대 발포로 69명이 사망했다.

그는 흑인 교도소 수감자들의 열악한 상황과 고문을 폭로했으며 정보원 공개를 거부해 수감됐다.

또 보도 때문에 재판에 넘겨지고 자택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신변위협에 보디가드를 고용해야 했다.

그는 신뢰받는 소식통이자 친구인 만델라가 감옥에 있을 당시 면회했고 지난해 남아공의 가장 명예로운 훈장의 하나인 '내셔널 오더'를 받았다.

포그룬드는 자신의 신문이 1985년 정부의 압력으로 폐간되자 남아공을 떠났다.

런던과 미국에서 머문 후 그는 이스라엘로 1997년 이주했다.

포그룬드 옹은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아파르트헤이트가 특별히 사악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 말로 표현하는 건 꺼려왔다.

그러나 그는 "병합하면 그 선을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