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인권침해 항의하며 일본인 책임자 살해…'6·20 의거' 78년 기념식 열려
"소록도서 일제에 맞선 한센인 이춘상…6·20 의거 재평가 시급"
일제강점기 소록도에 수용된 조선인 한센병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항의하며 일본인 책임자를 살해한 이춘상(1915-1943) 선생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듭되고 있다.

'이춘상 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20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이춘상 6·20 의거 78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사업회 설명에 따르면 한센병 환자였던 이 선생은 1940년 소록도 갱생원에 강제로 수용돼 생활하던 중 강제노역을 비롯한 조선인 한센병 환자에 대한 일제의 인권침해에 항의하며 1942년 6월 20일 소록도 갱생원 일본인 원장을 살해했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이후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은 이듬해 집행됐다.

기념사업회는 이춘상 선생을 한센인 인권침해에 저항한 인권운동가이자 일제에 대항한 독립운동가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기념사업회 상임대표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춘상 선생이 일본인 갱생원장의 학정에 저항해 의거한 지 78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상임대표는 "한국 국가보훈처의 업무가 '호국'에 치중돼 있어 '독립'과 '민주'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보훈 업무에서 호국과 독립, 민주 개념을 균형 있게 가져가고 하루빨리 이춘상 선생의 의거를 재평가해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2005년부터 3차례 걸쳐 이춘상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보훈처에 요청했지만 보훈처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모두 기각했다.

기념사업회는 이춘상 선생을 기리는 기념비를 제작해 내년 중으로 소록도에 건립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