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렌트'서 콜린 역으로 열연

'렌트'는 1990년대 암울한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대개가 예술가들이다.

그들은 젊다는 것 하나만 빼고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닫는다.

19세기 예술가들이 매독에 시달렸듯, 90년대 예술가들은 에이즈에 신음한다.

난방도 되지 않고, 전기마저 끊긴 허름한 빌딩에 사는 그들은 삶의 터전인 그 허름한 빌딩에서도 내쫓길 신세에 처한다.

컴퓨터 천재이자 대학 강사이며 무정부주의자인 콜린은 드러머이며 에이즈 환자인 동성애자 앤젤을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

최재림 "대학 때 공부한 성악, 뮤지컬에 도움됐죠"
콜린 역을 맡은 최재림은 압도적인 가창력을 자랑한다.

오페라로 치면 테너보다는 중저음의 바리톤에 가깝다.

합창곡인 '아 윌 커버 유'(I will cover you), '굿바이 러브'(Goodbye, Love)에서 그의 중저음은 두드러진다.

2019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마틸다'로 남자주연상을 받은 배우 최재림의 시작은 '렌트'부터였다.

지난 2009년 '렌트'의 콜린 역으로 데뷔한 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015), '노트르담 드 파리'(2018), '시티 오브 엔젤'(2019), '아이다'(2019) 등을 거쳐 11년 만에 다시 '렌트'의 콜린 역으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11년 만에 다시 같은 역할을 선택한 이유부터 물어봤다.

"데뷔했을 때 역할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궁금했어요.

'내가 과연 알을 깨고 나왔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죠. 당연히 (주인공인) 마크와 로저 역할도 탐났죠. 베니 역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콜린이라고 생각했어요.

"
최재림 "대학 때 공부한 성악, 뮤지컬에 도움됐죠"
11년 전의 '렌트'와 지금의 '렌트'는 매우 다르다고 한다.

작품 자체가 변한 건 아니지만 콜린을 연기하는 최재림의 시각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인공인 로저와 마크 같은 인물들이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건물주이자 악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베니에게는 동정심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았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본질적인 '에너지'다.

"렌트는 거칠고, 난장판 같은 작품이에요.

하지만 그런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그 소용돌이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누구에게는 음악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이 작품에 흐르는 에너지일 수도 있어요.

내가 이 뮤지컬에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관객분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겁니다.

"
그는 음대 3년 때 '렌트'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성악을 공부할 때 팝송이나 뮤지컬 넘버(노래)를 부르면 주변에서 마뜩잖아했다고 한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전공 교수였던 이상녕 경희대 음대 교수는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한 것처럼 노래를 불러라'라며 다독여줬다고 한다.

그가 뮤지컬에 진출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 은사다.

"2009년 렌트 때 선생님께서 직접 보러와 주셨어요.

물론 시끄러운 뮤지컬이어서 1막만 보시고 가시긴 했지만요.

배우의 시작점, 제가 선택한 길에서 믿음을 주셨던 고마우신 분입니다.

"
그는 바리톤을 전공하다 대학 2학년 때 테너로 전향했다.

이는 중저음대에서 고음역까지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성악을, 바리톤부터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최근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왕'에도 올랐다.

예능이나 영화, 연극 등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다만 뮤지컬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영역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당분간 뮤지컬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재림 "대학 때 공부한 성악, 뮤지컬에 도움됐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