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회생 신청자는 신청 당시의 채무액을 기준으로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그동안은 법률상 규정이 없어 실무적으로 ‘회생 절차 개시’ 시점을 채무액의 기준으로 해왔다. 그러나 신청후 절차 개시 시점 사이에 이자나 지연손해금이 불어나 신청 자격을 잃은 사람들이 있어 문제가 돼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는 채무자의 채무총액 기준점을 ‘신청 당시’로 명시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9일 공포돼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법률안보다 개인회생 신청자격을 확대한 셈이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갑작스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개인회생절차는 채무자 중 담보부채권은 10억원 이하, 무담보부채권은 5억원 이하인 급여소득자나 영업소득자가 신청할 수 있다.

기존 법에는 채무총액 산정기준 시점이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아 실무상 신청 시점이 아닌 절차 개시 때를 기준으로 채무액을 계산해 왔다.

문제는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후 절차가 개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발생했다. 신청 당시에는 해당 조건을 충족했으나 개시 때가 되면 이자나 지연손해금 등이 불어나 5억원, 10억원이라는 제한 액수를 넘기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즉, 개인회생을 신청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채무자 회생법 제 596조에 따르면 법원은 신청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개인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개인회생 신청 시점부터 개시 때까지 걸린 평균 일수는 156.5일로 5개월 안팎이다.

이번에 공포된 개정안은 채무총액 계산 시점을 '신청 당시'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신청권자의 자격을 확대했다. 개인회생 절차가 개시될 때 해당 요건을 충족한 채무자는 물론, 신청 당시에만 충족해도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채무총액 산정 시점을 '신청 당시'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할 당시에는 채무액 한도를 넘지 않았는데 이후 이자 등으로 신청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법원이 언제 개시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자격이 결정되는 것은 과도한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현실적으로 신청권자는 회생절차를 신청할 당시 정확한 개시결정일을 알기 어려웠다"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 채무자의 실질적인 재기를 돕는 개정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