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의 불모지다. 삼정KPMG에 따르면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0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원격의료를 막고, 진료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산업 발달을 막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세계 톱100에 한국기업 단 한 곳도 없는 까닭은
하지만 원격 의료를 기다리는 수요는 이미 넘쳐난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병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속출할 것을 우려해 의료진의 전화 상담과 대리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전화 진료가 시작된 2월 24일 이후 3개월 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접수한 전화진료 건수는 32만 건이 넘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원격의료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달 ‘한국판 뉴딜 추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원격 의료 허용은 제외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헬스케어에 클라우드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의료정보보호법은 비식별화된 의료정보에 한해 사전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의료데이터 교류 플랫폼인 헬스베리티는 2014년 설립 이후 3억 명의 비식별화 의료데이터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원격의료 사업도 활발하다. 미국의 앱 개발회사 웰닥은 모바일로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보험 적용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 스타트업 카디오다이어그로틱스는 심장 전문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와 웨어러블 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심장 상태를 장기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개인이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지 않을 경우 의료데이터를 익명 처리해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 데이터를 보는 관점을 보호가 아닌, 활용 중심으로 돌렸다는 평가다. 온라인 상거래 회사 라쿠텐은 2017년 생활습관 빅데이터를 활용한 암치료 사업에 진출했다.

벨기에의 가정간호 기관인 빗헬러크라우스는 클라우드를 통해 환자 정보를 관련 인력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