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는 '우려'…"코로나 걱정되지만 아이들이 학교 가기 원해"
고2·중3·유치원생도 학교로…추가 등교 인원 최대 237만명
"친구들 보러 가요"…긴장 반 설렘 반 초등 1∼2학년 등교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아", "교실 잘 찾아갈 수 있지?"
27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 앞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는 아이들로 활기를 찾았다.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한 엄마·아빠들의 표정과 달리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는 기대감에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교문 앞에서 마스크와 물휴지 등이 들어있는 위생용품 봉투를 받아든 아이들은 엄마·아빠 손을 놓고 선생님과 발열 체크를 한 뒤 손 소독제를 바르고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이 학교 2학년 박하연 양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5개월 만의 등교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등교가 연기됐다는 소리를 듣고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박하연 양의 아버지는 "아이가 가정학습을 지루해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했다"며 "마스크 쓰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았고, 휴지·손 소독제·개인 숟가락과 물통까지 잘 챙겨서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참 동안 교문 앞을 서성이는 엄마·아빠들이 많았다.

특히 마스크를 잘 쓰라고 아이에게 당부하는 엄마들의 목소리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묻어났다.

1학년 아이를 둔 변모(40)씨는 "학교가 (방역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됐는지 몰라서 70% 정도는 불안한 마음"이라며 "그래도 아이가 1학년이고 학교에 가보고 싶어해서 등교시켰다"고 말했다.

이 학교 1∼2학년 학생 207명 가운데 1학년 2명·2학년 4명이 가정학습을 신청했고, 나머지는 모두 등교했다.

성북구 월곡초등학교도 이른 아침부터 1학년 학생들의 첫 등굣길 맞이를 시작했다.

그간 학교 앞에는 '너희는 학교의 봄이야! 보고싶다!'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교직원들은 '기다렸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으로 바꿔 달았다.

이날 이 학교 1학년 학생 59명 중 체험학습 신청을 한 1명을 제외한 58명이 첫 등교를 했다.

학생들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기 전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1차 점검한 뒤 교실에서 비접촉식 체온계로 2차 측정했다.

학생들은 학교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숨이 찬 듯 헉헉대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내리지는 않았다.

일부 학생은 마스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마스크에 줄을 연결해 목에 걸기도 했다.

오전 9시께 1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이어지자 선생님들은 교문 앞에서 손 소독제를 들고 학생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1학년 안모(7)군의 어머니 진모(37)씨는 "(부모 입장에서) 어린이 괴질과 강서구 등교 연기 소식을 듣고 걱정됐는데 아이는 너무 설레서 새벽 6시부터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다"며 "휴대용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하나 더 챙겨주고, 잃어버릴까 봐 마스크에 끈을 연결해서 목걸이처럼 해줬다"고 말했다.

"친구들 보러 가요"…긴장 반 설렘 반 초등 1∼2학년 등교
서울 광진구 광진중학교에도 오랜만의 등교에 들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학교 측은 주 출입문을 하나만 개방하고, 8시 20∼40분 사이에만 교문 안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안내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문 개방 시간 전부터 학교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그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신난 표정으로 멀리서부터 선생님에게 "오랜만이에요" 하며 큰소리로 인사하기도 했다.

선생님들도 양손을 흔들며 "환영해, 잘 지냈니?"라고 반갑게 대답했다.

동시에 "자가진단 다 했지?", "간격 유지하고 천천히 이동해"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교문을 통과한 학생들은 바닥에 일렬로 붙은 안내선을 따라 간격을 유지하며 건물 현관 쪽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본관 입구에 놓인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검사를 받고, 손 소독을 마친 뒤 교실로 이동할 수 있다.

점심시간 직전에도 추가로 발열 검사를 하게 된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전국에서 최대 237만명의 학생이 추가로 등교하게 되는 이날은 경찰도 등교 지도에 나섰다.

성북구 동소문동 정덕초등학교 앞 왕복 4차로 도로에서는 푸른색 보행신호가 들어오자 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며 횡단보도 위로 걸어갔다.

도로 한가운데 멈춘 그는 정지한 차들을 훑어본 뒤 길을 건너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날은 정덕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의 절반인 150여명이 처음 등교하는 날이다.

병설 유치원생 60명도 첫 등원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등교 수업에 맞춰 시내 초등학교 480곳에 등하굣길 전담 경찰관 827명을 배치했다.

정덕초등학교 앞에는 경찰관 3명과 모범운전자 5명, 구청 '어르신지킴이' 2명이 나왔다.

경찰은 캠코더를 활용해 스쿨존 내 과속과 신호 위반, 통학버스 특별보호규정 위반 등 어린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위법 행위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김용욱 성북경찰서 교통과장은 "특히 하굣길에는 학부모 없이 아이들끼리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장난도 치고 주의가 분산된다"며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으면 통행하는 차들이 이런 아이들을 못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목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나오려는 택시에 호통을 친 모범운전자 원종환(68)씨는 "멈춤신호를 하면 운전자들이 잘 안 듣는 경우도 있었는데 확실히 경찰이 함께 있으니 법규를 잘 지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 자녀를 모두 등원시킨 소모(40)씨는 "감염 우려도 있어서 사실 안 보내고 싶은 마음도 큰데 아이들이 가고 싶다고 난리였다"며 "아침부터 나와서 단속하는 분들이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좀 놓인다"고 했다.

"친구들 보러 가요"…긴장 반 설렘 반 초등 1∼2학년 등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