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가 실업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기본소득(basic income) 실험이 고용률 개선이라는 당초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 없는 ‘공짜 소득’을 통해 실업자의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고용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기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핀란드 정부의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본소득 논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고용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정부 차원의 첫 번째 공식 분석이다.

핀란드 정부 "기본소득 실험 효과 없었다"
돈 받고 일 안 하는 실업자

핀란드 사회복지부는 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본소득 실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핀란드 정부는 만 25~58세 실업자 가운데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2017~2018년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이들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직업을 새로 구하더라도 계속 지급하는 조건이다.

핀란드에서 실업수당은 평균 1000유로 안팎으로, 기본소득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다. 다만 정기적으로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고, 직업을 구하면 지급이 중단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핀란드 정부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받은 수급자들이 저소득·비정규직에라도 취업하는 등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본소득이 취업을 유도하는 재정적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정부는 2년간의 시범 운영을 토대로 기본소득을 사회보장제도에 정식 포함할지 결정할 계획이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핀란드 사회보험관리공단인 켈라(KELA)는 기본소득 수급자와 비수급자(실업수당 받는 실업자)의 취업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실험 첫해엔 기본소득 수급자 그룹과 비수급자 그룹에서 각각 18%가 근로활동에 나섰다. 실험 2년차 때는 기본소득 수급자 27%가 취업했다. 비수급자보다 불과 2%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기본소득은 수급자의 취업일수를 엿새 늘리는 데 그쳤다. 기본소득의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정부는 “실업자들의 취업과 재정적 인센티브는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복지정책 방향 제시

핀란드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것은 역설적으로 실업에 대비한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것에서 비롯됐다. 핀란드 등 북유럽에선 실업수당의 임금대체율이 높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기보다 실업수당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북유럽 실업수당의 평균 임금대체율은 80%가 넘는다. 한국은 60% 안팎이다. 지급 기간도 최대 500일에 달한다. 실업수당은 세계적으로 지급기간이 통상 5~6개월이다. 한국은 최대 9개월이다.

2016년 당시 핀란드 우파 정부가 기본소득 제도를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대표기업이던 노키아의 몰락으로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실업수당 지급액을 줄여 사회복지지출 비용을 감축하겠다는 의도였다.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이날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진행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복지정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의 효과에 대한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핀란드 VATT경제연구소는 “기본소득은 큰 당근이었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모두를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 것”이라며 “이번 실험 결과를 볼 때 그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