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들 "영화발전기금 부과금 면제, 특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해야"
영진위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 중"
영화산업 고사 위기인데…"컨트롤타워 안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화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처했지만 현 상황을 제대로 관할하는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지금껏 극장에 손 소독제만 지원했을 뿐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진위는 업계 피해 사례와 의견을 취합해 다각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예산이 수반돼야 하기에 지원책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산업 고사 위기인데…"컨트롤타워 안 보인다"
◇ 극장들 "영발기금 부과금 면제, 특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해야"
현재 불만의 목소리가 가장 큰 곳은 극장 등 상영업계다.

지난달 극장 관객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작년 2월보다 66.9%나 급감했다.

2월 관객으로는 2005년 이후 최저치다.

3월 들어서 관객 감소 현상은 더욱 심화해 하루 3만명대로 떨어졌다.

극장 관계자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텅 빈 극장에 돈을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극장 매출은 우리나라 전체 영화 산업 매출의 76%를 차지한다.

극장이 흔들리면 영화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영화 홍보마케팅이나 디자인, 영상업계, 광고, 제작사 등 유관업계도 비명을 지른다.

영화홍보사 관계자는 "개봉일이 정해지면 계약금과 잔금을 받는 구조인데, 개봉하는 영화 자체가 없어 상반기에는 매출이 제로(0)일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00여명의 영화전문 마케터가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영화마케팅협회는 조만간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해 피해 사례를 수집한 뒤 영진위 등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극장들은 매달 납부해야 하는 영화발전기금(티켓값의 3%)을 일시적으로 면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영진위는 영발기금 부과금을 올 연말까지 연기할 수 있게 체납 가산금을 면제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극장들은 납부 유예는 생색내기용일 뿐이라며 아예 면제해 달라고 요구한다.

영화산업 고사 위기인데…"컨트롤타워 안 보인다"
이에 대해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영발기금 부과금 면제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여서 관련 부처와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오 위원장은 "현재 다각적으로 피해 상황을 수집 중이며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지원은 예산을 수반해야 하기에 효율성과 적정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 동안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4개 업종 사업장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극장들은 "아르바이트생들 월급도 못줄 형편"이라며 특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에 극장도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극장들은 고통 분담을 위해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 중이다.

CGV는 중소 입점 업체에 임대료를 최대 35% 인하하고 업체 의사에 따라 계약 기간을 조기 종료하거나 연장해줬다.

메가박스는 소유 건물에 입점한 임대 매장 또는 전대(재임대) 매장의 2월 임대료를 최대 30% 인하했다.

롯데시네마도 조만간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극장이 입점한 건물주들도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하도록 세제 지원을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멀티플렉스의 경우 각 지점이 입주한 건물에 내야 할 한 달 임대료가 통틀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산업 고사 위기인데…"컨트롤타워 안 보인다"
◇ "영진위, 다각도로 지원책 마련 중"
영진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 소독제 5천병을 확보해 지난달 12일부터 전국 200개 상영관에 긴급 지원했다.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업계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13일에서야 영화관 방역 소독 지원 사업 공고를 냈다.

지원 규모는 총 5억7천만원이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각계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쯤은 실질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시는 최근 제작 중단과 상영관 폐쇄 등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은 제작사와 극장에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는 극장 사업자들이 극장 정원의 절반 이하를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계속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극장과 배급사들이 사회적 부담금 지급을 미루고,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영진위는 지난달 19일 오석근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일동(9인) 명의로 '21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마련과 관련된 요청문'을 발표하고, 각 정당과 국회에 보내 총선 공약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문은 ▲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설치 제도화와 재정적 지원책 마련 ▲ 스크린(상영회차) 상한제 도입 ▲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등으로 인한 불공정성 문제 해소 ▲ 영화발전기금 부과 기간 연장 추진 등이 담겨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들이 어려움에 부닥친 가운데 멀티플렉스와 각을 세우는 입장을 영진위가 발표하자, '누구를 위한 기관인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 위원장은 "이 요청문을 발표했을 때는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이전이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영화산업 경제민주화 제도 개선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 차원에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영진위 올해 사업 축소 등을 포함해 다각적인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거듭 밝혔다.

아울러 향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