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은 '더 세컨드 액트'
캉탱 뒤피외 감독, 레아 세이두 주연
경쟁 섹션 23편의 작품 올라 25일 폐막
고전 영화, 영화적 인물 재조명하는 '칸 클래식'
찰스 비더 감독의 1946년작 '길다'
개봉 40주년 맞이한 빔 벤더스 '파리, 텍사스'
김동호 전 부산국제위원장 다큐 '영화 청년, 동호'
메릴 스트립의 명예 황금 종려상 수상도 화제
연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지난 5월 15일, 제77회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레아 세이두, 루이 가렐 주연의 <더 세컨드 액트>다. 영화는 프랑스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겸 음악가인 캉탱 뒤피외(Quentin Dupieux) 감독의 작품으로 네 캐릭터가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다. 일반적으로 (칸) 영화제 자체의 정체성과 그 해 영화제의 정체성을 알리는 개막작은 자국 영화인 프랑스 작품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의 경우 역시 마이 웬 감독의 <잔 뒤 바리>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개막작은 그 해 경쟁 섹션 (in competition)으로 자동으로 올라가게 되고 경쟁 섹션의 다른 작품들과 경쟁하게 된다. 올해 경쟁 섹션에는 총 23편의 작품이 올라가 있으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역시 거장의 귀환을 알리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메갈로폴리스>다. 공상과학(Sci-fi) 에픽 영화인 <메갈로폴리스>는 코폴라가 1987년부터 제작을 계획했던 프로젝트였지만 연기와 취소를 거치며 사라지는 듯했다가 2019년 다시 제작이 점화된 작품이다. <메갈로폴리스>는 2011년 코폴라가 연출했던 <트윅스트> 이후 탄생한 첫 작품으로 코폴라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긴 간격을 깨고 만들어진 영화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더 슈라우즈>), 자크 오디아드 (<에밀리아 페레즈>), 폴 슈레이더 (<오, 캐나다>)와 같은 노장 감독들의 작품들 역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젊은 천재, 션 베이커의 ‘출석’이다. ‘출석’이라 함은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 포함, 션 베이커가 이후에 연출한 모든 영화가 칸의 경쟁 섹션으로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레드 로켓> (경쟁 섹션)에 이어 올해는 <아노라>로 칸에 귀환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함께 아마도 션 베이커는 앞으로도 가장 오랫동안 칸의 단골 손님으로 남을 감독이 될 것이다.
경쟁 섹션과 함께 칸 영화제의 센터피스 (centerpiece)라면 단연코 ‘칸 클래식 (Cannes Classics)’이 될 것이다. 칸 클래식은 디지털로 복원한 고전이나 영화의 역사와 영화적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품들을 선정해 상영하는 섹션이다. 매년 그러하지만 올해 칸 클래식은 더더욱 설레는 명작들로 가득하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콜럼비아 픽쳐스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선정된 찰스 비더 감독의 <길다> (1946)이다. 1940년대에 탄생된 느와르 작품들 중 아마도 가장 뛰어난 작품 <길다>는 이번 칸에서 35밀리 필름을 4K로 복원해 상영된다. 리타 헤이워드가 검정색 긴 실크 장갑을 끼고 부르는 'Put the Blame on Mame'이 칸의 대극장을 메울 것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칸 클래식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행사는 올해 개봉 40주년을 맞는 <파리, 텍사스>의 상영이다. <파리, 텍사스>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허진호 감독의 객원 프로그래머 프로그램에서도 선정된 바 있던 빔 벤더스의 역작이다. 1984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빔 벤더스가 직접 상영에 참여해 (칸 클래식의 관례이기도 하다) 영화의 인트로덕션을 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칸 클래식에는 한국 영화팬들이 솔깃할 만한 작품이 포함되어있다. 바로 김동호 전 부산국제위원장의 영화적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 (Walking in the Movies)>다. 영화는 김 전 위원장이 영화인들과 연대하여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들었던 ‘영화적 사건’을 중심으로 그의 극심한 영화를 향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늘 그러하지만 칸 영화제는 화려하고, 풍성하다. 아마도 칸 영화제는 시네필들이 즐길 수 있는 가장 비싸고 클래식한 축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이벤트의 스케일과 화려함만이 칸 영화제의 레거시를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칸은 다른 어떤 영화제보다 더, 영화사와 영화인에 대한 존경을 잊지 않는 영화제다.
올해 메릴 스트립의 공로상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은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의미심장하다. 아마도 존재했던 여배우들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메릴 스트립은 영화사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영화인, 그리고 그간 (메릴 스트립처럼) 조명 받지 못한 수많은 여성 영화인들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칸의 이러한 기림은 갖가지 부침을 겪고 있는 한국의 영화제들이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영화제적 덕목과 가치이기도 할 것이다.
제네시스가 17일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 제네시스 수지전시관에서 럭셔리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GV70을 공개했다. 이번에 출시된 신형 GV70은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전면부는 크레스트 그릴을 이중 메쉬 구조로 변경하고 헤드램프에는 MLA(Micro Lens Array) 기술을 탑재해 첨단 기술과 우아한 디자인의 조화를 강조했다. 후면부는 기존 범퍼에 위치했던 방향지시등을 리어 콤비램프와 일체화함으로써 두 줄 그래픽을 구현했다.파워트레인은 2.5 터보 가솔린과 3.5 터보 가솔린 2가지 종류이다. 기존 AWD 모델로만 운영했던 3.5 터보 가솔린 엔진에 2WD 모델을 추가해 모든 라인업에서 2WD, AWD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2.5 터보 가솔린은 2륜 구동, 최고출력 304마력(ps), 최대토크 43.0kgf·m, 복합연비 10.2㎞/ℓ의 성능을 낸다. 3.5 터보 가솔린은 2륜 구동, 최고출력 380마력(ps), 최대토크 54.0kgf·m, 복합연비 8.9㎞/ℓ의 성능을 갖췄다.GV70의 가격은 △2.5 가솔린 터보 5380만원 △3.5 가솔린 터보 5930만원.GV70 스포츠 패키지는 △2.5 가솔린 터보 5695만원 △3.5 가솔린 터보 6265만원이다.26일까지 제네시스 수지전시관에서 특별 전시를 열어 소비자들이 신형 GV70을 체험할수 있다.제네시스 한 관계자는 "GV70은 제네시스의 가장 인기있는 핵심 차종 중 하나로 함께하는 모든 순간동안 멋진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모델"이라며 "이번 부분 변경을 통해 더욱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럭셔리 SUV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코카콜라는 불황에 강한 주식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수십년 후에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안정성과 꾸준한 수익성 덕분이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도 같은 이유에서 ‘불황에 강한 우량주’ 대접을 받는 작품들이 있다. 한 시대의 대표 작가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검증이 완료된 고령의 작가나 작고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국내에서는 지난 수년간 작가별 경매 낙찰총액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등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회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케이옥션이 오는 22일 여는 5월 경매를 한국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꾸린 것도 경매시장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총 73점, 약 74억원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서보의 1978년작 ‘묘법 No. 10-78’이다. 박서보의 묘법 연작 중에서도 가장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1970년대 ‘연필 묘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유수의 미술관 전시에도 여러번 나왔던 작품이다. 2020년 초 미술시장이 극도로 위축됐던 시기에 케이옥션 경매에 나와 9억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경매 낙찰 추정가는 11억~20억원이다.김창열의 ‘물방울 PA81006’(추정가 1억6000만~2억2000만원), ‘물방울 SA2001-001’(5500만~1억원), 하종현의 ‘접합 97-012’(3억5000만~5억3000만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이 밖에도 최욱경, 정상화, 이강소, 이건용, 이배, 전광영 등 이름값 높은 작가들의 작품도 주목할 만 하다.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는 우국원의 ‘Lacrimosa’(1억~2억8000만원), 에르빈 부름의 ‘Roll’(1800만~3000만원), 훌리오 라라즈의 ‘The Tides of March’(7200만~1억50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서울옥션도 오는 28일 여는 5월 기획경매를 블루칩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1991년작 흑백 호박 ‘Pumpkin’이 추정가 5억8000만원에, 이우환의 1985년작 6폭 병풍 ‘무제’가 3억5000만~6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김환기, 하종현, 심문섭, 아야코 록카쿠 등의 작품도 함께 나왔다. 규모는 총 80점, 낮은 추정가를 기준으로 한 총액은 54억원 수준이다.두 회사의 경매는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각사의 본사 건물에서 열린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는 경매 시작 전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레드카펫, 포토콜, 인터뷰, 시상식, 제 영화 ‘메아리 ’상영까지 잡힌 일정들이 많아요. 정신 똑바로 차리려 캘린더에 정리도 했어요.” 영화 ‘대부’를 연출한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부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그레타 거윅 등 영화계를 주름잡는 감독들이 모인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 스물여섯살 한국인 영화학도가 짐을 풀었다. 첫 연출작 ‘메아리’가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 영화끼리 경쟁하는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라 시네프’ 섹션에 선정되면서다. 이 젊은 감독의 이름은 임유리(26).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학생인 동시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가 초청한 영화감독이다.임 감독은 2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이 불발되며 ‘위기론’까지 나오는 한국영화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건진 몇 안 되는 성과다.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인 칸에 일찌감치 발 들인 새내기 감독의 소감이 궁금해 보낸 인터뷰 메일에 그는 영화제가 개막한 14일(현지시간) “여행지에서 엽서를 쓰는 기분”이라며 답신을 보내왔다. 긴장감은커녕 마치 훌쩍 여행 가듯 칸을 찾은 것 같은 유쾌한 모습에선 어엿한 영화인의 분위기가 풍겼다.▶▶▶[관련 기사]경쟁부문 초청 ‘제로(0)’…'황금종려상'에서 멀어진 K-무비임 감독의 ‘메아리’는 올해 라시네프에 출품된 2263편 중 18편의 우수 작품에 선정돼 오는 22일 칸에서 상영된다. 이를 두고 임 감독은 “내 영화는 단편영화의 문법을 잘 지킨 것도 아니다”라며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을 텐데 왜 ‘메아리’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고 했다. 기쁨보단 의아함이 앞섰단 뜻이다. 그는 “처음엔 작품 색채나 분위기가 독특해서가 아닐까 싶었는데, 친구가 영화를 보더니 ‘잔상이 남는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이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메아리’는 술 취한 남성들에 쫓겨 금지된 숲으로 도망친 옥연이 수년 전 옆 마을 영감에게 시집간 앞집 언니 방울을 만나 여성으로 사는 삶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20분 남짓의 단편이다. 임 감독 말마따나 어두침침한 색채가 돋보이는 터라 ‘스릴러’나 ‘호러’로 소개되곤 하지만, 그는 영화 정체성을 ‘판타지’로 규정했다. 임 감독은 “‘옛날옛날에~’하며 제가 만든 세계로 들어가는 ‘판타지 전래동화’”라며 “영화 ‘판의 미로’와 비슷한 결이라 생각해달라”고 했다.단편영화로는 흔치 않은 판타지 사극 장르란 점에서 묻힐 뻔했던 시나리오는 2022년 CJ문화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임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품이 많이 드는 영화인 게 티가 나서 많은 분들이 ‘재밌다’면서도 ‘어떻게 구현하느냐’고 걱정했다”면서 “지원작 선정 후 멘토로 매칭된 임선애 감독님이 ‘지금 나와야 하는 이야기’라며 믿음을 보여주신 덕분에 재단도 모험을 해본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동화를 좋아하고 공상을 즐기는 임 감독은 영화가 품은 이야기를 직접 그려낸다. 판타지 전래동화 ‘메아리’ 역시 자신이 어느 날 꾼 꿈에서 시작됐다. “잠에서 깨 꿈을 일기로 쓰면서 영화로 만들어야겠단 확신을 했다”는 그는 “실제로 영화 맨 마지막 롱테이크 컷이 꿈에서 본 장면과 거의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구축한 이 판타지 세계관으로 장편도 구상 중이다. 임 감독은 “긴 호흡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며 “차기작으로 ‘메아리’의 장편 버전, 모두가 증발해버린 세계에서 미지의 공간 ‘에덴’으로 향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물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꽤 이른 나이에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성취를 맛본 만큼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 준비해 온 ‘시네필(Cinephile·영화애호가)’인가 싶지만, 사실 임 감독은 스무살을 훌쩍 넘겨 영화에 입문한 늦깎이 영화학도다. 공대에 입학했다가 그만두고,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실패하고 나서야 영화의 길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는 “실패를 거듭하며 ‘난 정말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라는 고민을 하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과 지내고 싶단 생각을 하다 한예종을 알게 됐다”면서 “이곳 영화과 입시 문제를 접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에 매료됐다”고 했다.자유롭게 구상한 이야기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메아리’는 관객들 마음속에 남을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임 감독의 꿈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자 예술세계의 시발점이다. 칸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을 앞두고도 ‘맨땅에 헤딩’하던 고된 영화 제작과정이 아직 머릿속에 선한 이유다.“춥고, 배고프고, 밤샘 촬영으로 지칠 대로 지친 시점에 산골짜기 오지에서 강강술래를 추는 장면을 찍는데 하나도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감독인) 제가 당황하니까 조연출 언니가 좀 신나는 음악이나 틀자면서 소녀시대 노래를 틀었어요. 그랬더니 출연자들은 박자감을 잡고, 스태프들 웃으면서 무사히 촬영을 끝냈죠. 아직도 기억나요. 그 캄캄한 산골짜기 서낭당 앞에서 울려 퍼진 노래에 맞춰 한복 입은 사람들이 머리 흔들며 강강술래 추던 장면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