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 '묘법 No 10-78'. 케이옥션 제공
박서보 '묘법 No 10-78'. 케이옥션 제공
코카콜라는 불황에 강한 주식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수십년 후에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안정성과 꾸준한 수익성 덕분이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도 같은 이유에서 ‘불황에 강한 우량주’ 대접을 받는 작품들이 있다. 한 시대의 대표 작가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검증이 완료된 고령의 작가나 작고 작가의 작품이 그렇다. 국내에서는 지난 수년간 작가별 경매 낙찰총액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등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회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케이옥션이 오는 22일 여는 5월 경매를 한국 근현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꾸린 것도 경매시장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총 73점, 약 74억원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서보의 1978년작 ‘묘법 No. 10-78’이다. 박서보의 묘법 연작 중에서도 가장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1970년대 ‘연필 묘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유수의 미술관 전시에도 여러번 나왔던 작품이다. 2020년 초 미술시장이 극도로 위축됐던 시기에 케이옥션 경매에 나와 9억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경매 낙찰 추정가는 11억~20억원이다.
훌리오 라라즈 'The Tides of March'. 케이옥션 제공
훌리오 라라즈 'The Tides of March'. 케이옥션 제공
김창열의 ‘물방울 PA81006’(추정가 1억6000만~2억2000만원), ‘물방울 SA2001-001’(5500만~1억원), 하종현의 ‘접합 97-012’(3억5000만~5억3000만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이 밖에도 최욱경, 정상화, 이강소, 이건용, 이배, 전광영 등 이름값 높은 작가들의 작품도 주목할 만 하다.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는 우국원의 ‘Lacrimosa’(1억~2억8000만원), 에르빈 부름의 ‘Roll’(1800만~3000만원), 훌리오 라라즈의 ‘The Tides of March’(7200만~1억50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서울옥션도 오는 28일 여는 5월 기획경매를 블루칩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1991년작 흑백 호박 ‘Pumpkin’이 추정가 5억8000만원에, 이우환의 1985년작 6폭 병풍 ‘무제’가 3억5000만~6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김환기, 하종현, 심문섭, 아야코 록카쿠 등의 작품도 함께 나왔다. 규모는 총 80점, 낮은 추정가를 기준으로 한 총액은 54억원 수준이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 서울옥션 제공
쿠사마 야요이 '호박'. 서울옥션 제공
이우환의 6폭 병풍 '무제'. 가로 564cm, 세로 174cm 크기다. 서울옥션 제공
이우환의 6폭 병풍 '무제'. 가로 564cm, 세로 174cm 크기다. 서울옥션 제공
두 회사의 경매는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각사의 본사 건물에서 열린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는 경매 시작 전까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