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부른다] 겨울비 젖은 독일가문비나무숲
유럽이 원산지인 독일가문비나무는 소나뭇과에 속하는 상록수이자 침엽수다.
90년 된 독일가문비나무 숲은 덕유산자연휴양림의 격을 더하고 있다.
연이틀 내린 겨울비로 독일가문비나무 숲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비는 겨울 가뭄을 해갈할 듯 넉넉히 내렸다.
그 덕에 독일가문비나무 숲뿐 아니라 덕유산휴양림 전체가 평소보다 더 여유롭고 차분한 휴식을 선사하는 느낌이다.
독일가문비나무는 1920년쯤에 한국에 도입됐다.
덕유산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는 1931년에 심어졌다.
외래수종 시험조림이었다.
그 나무들이 지금까지 90년 가까이 덕유산을 지키고 있다.
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는 150여 그루다.
자태가 웅장하고 깊은 숲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가장 큰 나무는 높이 30m, 둘레 256㎝, 지름 81㎝에 이른다.
독일 가문비나무 숲은 2000년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2010년에는 '아름다운 전국 숲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하늘을 찌를 듯 높고, 곧게 자란 독일가문비나무 숲에는 나무 데크 길이 만들어져 있다.
숲의 나무와 토양을 보호하고 탐방을 쉽게 한다.
덕유산휴양림에는 해발 1천56m의 선인봉까지 갈 수 있는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다.
독일가문비나무 숲에서 2㎞ 정도 더 올라가면 된다.
요즘 멧돼지가 출몰한다며 너무 멀리 오르지 말라고 숲에서 나무 정리 작업을 하던 이가 귀띔했다.
경기 북부 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뒤 시작된 산돼지 포획을 피해 돼지들이 남쪽으로 내려왔나 보다.
덕유산휴양림에는 독일가문비나무 숲 외에도 폭포, 계곡, 울창한 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느티나무, 주목, 물푸레나무, 고로쇠나무, 전나무, 층층나무, 구상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등 수목이 다양하고 원추리, 구절초, 동자꽃, 일월비비추 등 야생화도 많다.
비 온 뒤 휴양림을 가르는 작은 계곡에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곳곳에 작은 물줄기가 생겨 꼬마 폭포, 실개울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았다.
비와 눈이 함께 내렸는지 키 큰 나무들의 껍질에 하얀 눈이 세로로 띠처럼 길게 붙어 있었다.
덕유산휴양림은 무주 구천동계곡 입구에서 남쪽으로 약 4㎞ 떨어진 숲에 자리 잡고 있다.
6∼9월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청정 지표 곤충인 반딧불이 서식은 덕유산휴양림이 청정지역임을 말해준다.
'무주 반딧불이축제'도 열린다.
덕유산휴양림에서는 탐방객들에게 하루에 두 번 무료 숲 해설을 제공한다.
추석, 정월대보름 등에는 민속놀이 체험을 할 수 있다.
천연재료의 비누를 손으로 주물러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만들어 보는 비누 만들기 체험 행사도 있다.
나뭇가지, 열매 등을 이용해 목걸이와 연필을 만드는 목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비누 만들기와 목공예체험은 유료다.
휴양림에는 숙박시설인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연립동이 있다.
숙소와 세미나실을 함께 갖춘 숲속수련장, 야영장, 바비큐장, 잔디광장 등의 시설도 있다.
주변에는 무주리조트, 적상산, 안국사, 곤충박물관인 반디랜드, 칠연폭포, 무주전력홍보관 등 볼거리가 적지 않다.
붉은 치마를 두른 듯 고운 단풍으로 유명한 적상산의 해발 1천m 고지에는 사적지인 적상산성이 있다.
안국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있다.
반디랜드는 자연학교, 반딧불이 생태복원지, 온실 등을 갖춘 테마공원이다.
3만8천여 평에 이르는 이 공원에는 청소년 야영장, 자연휴양림, 통나무집, 수영장 등이 들어서 있어 반딧불이를 만나는 생생한 체험을 제공한다.
☎ 063-322-1097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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