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지난해(2.9%)보다는 다소 높여 잡았지만 지난해 10월 전망치(3.4%)를 소폭 낮췄다. 기타 고피나트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회복세는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며 “경기가 반환점을 돌았다는 분명한 신호는 없다”고 말했다.

IMF는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아지고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른 것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미·EU 간 무역 분쟁 및 미·중 무역분쟁 재발 가능성이 있는 데다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어 세계 경제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IMF가 1~3위 경제대국인 미국(2.3%→2.0%) 중국(6.1%→6.0%) 일본(1.0%→0.7%)의 성장률을 모두 지난해보다 낮춰 잡은 게 특히 주목된다. 이들 3국은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이다. 일본산 소재·부품이 한국과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올해 미·중·일의 경기가 일제히 부진할 경우 한국은 그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연초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이 1월 1~20일 집계에서 다시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그런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칫하다가는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제시한 2.4%는 물론 2%대 성장마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가 반등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속성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의 밝은 면만 보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대외환경 악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