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바람직한가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부정적인 미국 중앙은행(Fed) 정책 담당자들은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뱅크)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중단하는 것에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스웨덴의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릭스뱅크가 지난달 정책 금리를 0%로 돌린 몇 시간 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보고서엔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를 옹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마이너스 금리폭이 현 상황의 두 배가 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이득이 손실보다 앞선다”고 했다.

릭스뱅크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등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까지 경제에 기여해왔다는 ECB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기간이 길어지면 부작용이 나온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래의 전망에 대해 ECB와 릭스뱅크 중 어느 쪽이 옳은지는 향후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지극히 중요해진다. Fed와 관련해서도 경기 악화 국면에서 금리가 다시 0%로 된 경우에 재검토해야 할 과제다.

채권구입·장기대출 등엔 이익

마이너스 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마이너스 금리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 부작용에 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놓는다.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손해를 예금자에게 전가할 수 없으면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연금기금과 보험회사는 마이너스 금리 국채의 보유를 정부 당국으로부터 요구받아 수익을 낸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투자가들은 금리 부담이 없는 것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금융과 부동산의 거품을 키울지 모른다는 것 등이다.

반면 ECB 보고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채권 구입, 저금리 장기 대출 등 여러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선 금리가 마이너스로 계속 내려갈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금리가 ‘0(제로)’에 이른 때에는 중앙은행이 활동할 여지가 없다는 불안을 없앴다고 주장한다. 또한 마이너스 금리에서 금리 인하는 투자가들이 국채에 많이 투자하도록 해 국채 금리를 더 낮춘다고 강조한다. 국채 금리 인하를 반기지 않는 중앙은행은 결국 몇 년 안에 금리를 다시 올릴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 보고서는 마이너스 금리 때 은행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욱 컸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것은 직관에 반한 결론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은행의 수익 축소는 수수료 인상, 자본 이득 등에 의해 충분히 상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과 부동산 거품만 키워

정작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조차 마이너스 금리가 불확실하고 정치적 불안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마이너스 금리의 장기화가 경제 거품을 일으키거나 은행 또는 보험회사, 연기금에 타격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로 인해 얻는 긍정적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필자는 릭스뱅크의 입장을 지지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를 도울 수 있지만 마이너스 금리 기간이 길어지면 부작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는 단기간의 실험적 조치에 머물게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제임스 매킨토시 WSJ 칼럼니스트가 쓴 ‘Do Negative Rates Work? Yes, but Not by Much’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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