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족과 '경제독립'
100세까지 사는 세상에서는 조부모 세대, 부모 세대, 자녀 세대, 손자 세대 등 적어도 3대에서 4대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모두 30세에 결혼해 자녀를 낳았다고 가정할 때 조부모 95세, 부모 65세, 자녀 35세, 그들의 아이가 5세로 4대를 형성할 수 있다. 35세 자녀가 자신의 아이는 키우겠지만,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을 대여섯 명씩 낳을 때는 노후를 자식에게 의탁하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지금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임 여성 1명당 0.98명에 지나지 않는다. 자녀들이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인구 구성이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각 세대 모두 ‘경제독립’을 이뤄야 슬픈 노후를 보내지 않을 수 있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독립과 노후 준비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이 사실을 온 가족이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의 백일이나 돌에 물건을 선물하는 것보다 주식이나 펀드를 선물하는 것도 가족 경제독립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학교에 입학할 때나 졸업할 때 주는 선물도 가방이나 시계, 휴대폰이 아니라 주식이나 펀드를 사주면 어떨까.

그러고 나서 투자한 기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훌륭한 경제 공부가 된다. 주식 투자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 주식을 통해 세계 각국 사람들의 경영철학을 배울 수 있고 상식도 늘어난다. 미국 중국 독일 영국 일본 인도 등 다른 나라에 대해 공부할 때도 책을 읽고 암기하는 것보다 그 나라 주식을 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주식가격에 정치 경제 사회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투자할 나라와 기업을 찾아 조사하다 보면 그 나라에 대해 저절로 공부가 된다. 그러다 보면 상식이 풍부해지고, 어려서부터 투자해온 금액도 크게 불어날 것이다.

부부 사이에도 경제독립의 중요성을 공유해야 한다. 너무나 중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부부의 경제적 견해가 다른 경우를 흔하게 목격한다. 특히 사교육 문제를 놓고 다투는 부부를 보면서 금융문맹 탈피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노후자금을 자녀 사교육비에 올인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노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자칫 아이들에게 가난을 물려줄 수도 있다. 온 가족의 경제독립을 위한 여정, 이번 크리스마스부터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