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즐겨 이용하는 채팅 앱(응용프로그램)이 음란 정보 유통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1 대 1 채팅방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지만 법률상 채팅 등의 개인 대화를 심의기관이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적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음란정보에 성매매까지"…채팅앱, 성범죄 온상
19일 대학 입시 결과를 기다리다가 심심풀이로 채팅을 하려던 10대 여성 A씨는 채팅 앱에 접속했다가 한 30대 남성에게 “신림에서 하룻밤 보내요”라는 쪽지를 받았다. A씨가 이용한 채팅 앱에는 장소와 연령, 성행위 방법과 조건 등이 적힌 대화방 제목이 나열돼 있었다. 고등학생 신분임을 지칭하는 ‘고뒹’ ‘고등어’처럼 미성년자를 암시하는 은어가 적힌 제목도 있었다.

익명의 상대와 대화할 수 있는 채팅 앱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7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이 아닌 앱 최고 매출 기준 상위 30개 가운데 7개가 채팅 앱이다. 하지만 이들 앱의 이용 연령제한은 만 12세, 만 16세, 만 18세로 제각각이다.

채팅 앱은 미성년자의 성매매 창구로 쓰인 지 오래다. 2016년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 착취 피해 청소년 중 74.8%가 채팅 앱으로 성 구매자를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예 미성년자가 ‘야톡(야한 대화)’이나 ‘즉석만남’을 요구하는 대화방을 개설해 놓고 직접 성 구매자를 기다리는 사례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음란·성매매 정보 관련 앱 시정 요구 건수는 2015년 141건에서 지난해 2380건으로 16배가량 급증했다.

방심위는 지난달 6일부터 22일까지 모니터링을 통해 채팅 앱에서 성매매 정보 320건을 적발했다. 적발한 사례 중 ‘열1일곱살’ 등 미성년자임을 암시하는 은어가 드러난 제목은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채팅 앱에서 일어나는 성매매를 차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된 공간이 아닌 개인 간 대화는 사정기관이 모니터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