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네이버의 금융사업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에 8000억원을 투자한다. 미래에셋의 이번 지분 투자를 계기로 테크핀(기술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투자업계와 정보기술(IT)업계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본지 11월 28일자 A5면 참조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미래에셋의 네이버파이낸셜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 합의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캐피탈·생명 등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약 8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9.9%(보통주, 전환우선주 포함)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7월 미래에셋과 네이버가 밝힌 예상 투자 규모(5000억원)보다 3000억원가량 늘어난 액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의 향후 성장 가능성 등 기업가치를 고려해 투자액과 취득 지분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양사의 공동경영과 중장기 협력 확대를 위한 인적 교류도 단행된다. 미래에셋 내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서래호 미래에셋대우 상무가 조만간 미래에셋대우를 퇴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사업 부문장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서 상무는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창립 당시 펀드매니저로 미래에셋에 합류한 인물로 2017년부터 미래에셋의 디지털금융 사업을 이끌어왔다. 미래에셋에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도 최근 김주원 부회장과 이용우 전무가 각각 카카오 부회장과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로 이직을 결정하는 등 금융투자업계와 IT업계 간 ‘인적융합’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3000만 명이 넘는 네이버페이를 내세운 ‘미래에셋-네이버’와 인터넷전문은행 선두주자인 카카오뱅크를 품은 ‘한국금융-카카오’ 진영 간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김주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