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심각한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알짜배기 땅에 산부인과 병원을 짓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차라리 오피스텔을 지으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고 여성병원을 만들고 싶었죠. 10년 전 설계했던 세계적 여성·아동병원이 이제 문을 열게 됐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400병상 규모의 일산차병원 문을 여는 차광렬 차병원 글로벌종합연구소장(사진)은 “일산이 메디컬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차 소장은 국내 산부인과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다. 부친인 고 차경섭 명예이사장이 1960년 세운 차병원을 물려받아 병원·바이오회사·줄기세포연구소 등을 아우르는 종합 메디컬그룹으로 키웠다. 해외병원 인수 등을 통해 세계로 사업망도 넓혔다. 차병원은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7개국에서 61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근무하는 의사만 1700여 명에 이른다.

일산차병원은 차 소장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신생아가 줄면서 산부인과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와중에 개원하는 여성·아동병원이기 때문이다.

일산차병원은 지하 8층~지상 13층, 연면적 7만2103㎡ 규모로 지어진 차움라이프센터에 들어선다. 오는 26일 진료를 시작한다. 이 센터에는 산후조리원도 들어선다. 국내 최대 규모다. 후성유전 연구역량을 활용해 국내 첫 태교학교도 개설한다. 태아 단계부터 음식, 환경, 스트레스, 오염 등을 관리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족한 다른 진료과는 동네의원을 입주시켜 해결한다. 지역병원과의 상생 모델이다.

차 소장은 “일산에서 다른 병원과 경쟁하는 것보다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1000평 넘는 공간에 동네의원들이 입주하면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 소장은 20년 전인 1999년 콜롬비아 의대에 1개층을 빌려 난임센터를 열었다. 한국 의료기관 첫 해외 진출이다. 2004년에는 미국 LA 할리우드장로병원을 인수했다. 내년 4억달러를 투입한 새 환자 병동이 문을 연다. 초창기엔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아 개인 재산까지 저당 잡히며 병원을 운영했다. 대출을 모두 상환하고 알짜사업이 됐다. 차병원이 지난해 해외에서 올린 수익은 3423억원, 순이익은 270억원 규모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서 번 순이익은 3200억원에 이른다.

차 소장은 내년 4월 서울 강남에 메디컬 호텔을 연다. 해외 환자 유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차 소장은 “중국이 성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의료관광 사업 기회는 5~10년 정도 남았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32세에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 지금까지 해외사업을 하고 있다”며 “누구나 외국에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