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이슈 프리즘] '헥시트'는 일어날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주 홍콩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2014년 미국 뉴욕거래소에 이어 두 번째 상장이다. 알리바바는 기대 이상의 투자자 관심을 끌며 단숨에 홍콩증시 시가총액 1위로 뛰어올랐다. 이번주 들어 약세지만 상장 후 3거래일 동안은 공모가 대비 16% 급등했다. 알리바바의 홍콩 상장이 관심을 끈 것은 지난 6개월간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던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알리바바 상장엔 홍콩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통제

홍콩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에 시위 사태까지 겹치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홍콩의 10월 소매 매출은 작년 동월 대비 24.3% 감소했다. 역대 최악이다. 홍콩 방문 관광객 수도 작년 동기 대비 43.7% 급감했다. 3분기 홍콩의 성장률은 -2.9%다. 홍콩 정부는 올해 15년 만의 재정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홍콩 경제와 비교하면 홍콩증시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이다. 상장사의 60%가 중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홍콩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와 중국을 잇는 핵심 통로다. 외국인들은 자본유출입에 제약이 있는 상하이나 선전보다 홍콩증시를 통해 중국 기업에 투자한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중국주식이나 펀드도 대부분 홍콩을 통한다. 중국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홍콩이 필요하다.

홍콩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속하지만, 경제 측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25년째 1위다. 1997년 영국이 중국으로 홍콩을 반환할 때 양국이 50년간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반환 이후 중국이 급성장하자 홍콩은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하며 호황을 누렸다.

홍콩은 경제적 자유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자치’를 누려왔다. 그런데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후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면서 ‘일국양제’의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4년 이른바 ‘우산혁명’에 이어 올해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이 반중 시위를 촉발했다.

홍콩의 대체재가 없다

홍콩이 불안해지자 대규모 자금이 싱가포르로 빠지고, 해외 금융사들이 이전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중국에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역할은 아직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헥시트(HK-exit)’ 가능성은 낮다. 현재 역외 위안화 결제의 70% 이상이 홍콩에서 이뤄진다. 상하이나 선전거래소는 규모 면에선 홍콩거래소를 능가하지만 아직 보완재일 뿐 대체재가 못 된다.

중국 정부는 경제적으론 홍콩의 ‘자유’를 한껏 활용하면서 정치·사회적으론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서구식 개방성에 익숙한 홍콩인들에게 중국식 통제는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에 반발하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홍콩 인권법’이 변수다. 미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에 부여한 경제적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실제로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금융센터 홍콩’ 은 없다. 낮은 관세를 활용한 중계무역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 홍콩은 중국에 ‘판도라의 상자’다. 헥시트를 막지 못하면 중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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