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건면’은 면발을 튀기지 않은 건면을 쓰면서도 기존 신라면의 깊은 국물 맛을 살려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농심 제공
농심 ‘신라면 건면’은 면발을 튀기지 않은 건면을 쓰면서도 기존 신라면의 깊은 국물 맛을 살려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농심 제공
농심은 지난 2월 ‘신라면 건면’이란 신제품을 선보였다. 튀기지 않은 건면을 ‘신라면 버전’으로 내놨다. 그 이전에도 라면 시장에 건면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농심의 신라면 건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이 제품은 출시 250일 만에 50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건면 역대 제품 중 가장 판매량이 많다. 라면 전체 시장에서도 신라면 건면의 판매는 돋보인다. 출시 두 달째인 지난 3월 라면 시장 월간 매출 순위 9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10위권을 오르내리며 올해 라면 시장의 대표적 히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면 덜 먹는 2030 여성들 “맛있다”

농심, 신라면 건면 5000만개 판매 '질주'…기름기 쏙 빼고 담백함으로 채웠다
신라면 건면의 인기 비결은 특유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에서 찾을 수 있다. 신라면 고유의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해 칼로리를 낮춰 ‘맛’과 ‘가벼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출시 초기부터 라면을 잘 먹지 않거나 덜 먹는 20~30대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튀기지 않아 깔끔하고 개운하다’는 입소문이 났다. 40~50대 중장년 소비자들도 신라면 건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자층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하지 않고 고루 확산됐다.

온라인에서도 신라면 건면은 화제가 됐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4000개 넘는 시식 후기 글이 올라왔다. “국물이 한층 깔끔하고 개운해 계속 찾게 된다”, “칼로리 부담이 없어 즐겨 먹고 있다”는 내용이 특히 많았다.

신라면 건면의 인기는 저마다 자신의 취향대로 재료를 더해 먹는 식으로 또 한 번 확산되고 있다. 새우와 조개 등 해산물을 곁들이거나, 버섯과 채소를 넣어 먹는 레시피가 인기다. 농심 관계자는 “자신만의 레시피로 즐기는 것은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년간 R&D 과정 거쳐

신라면 건면은 단순히 면을 바꿔서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 면과 국물의 조화도 크게 개선됐다.

신라면 건면 이전에도 국물 맛으로 승부한 제품이 있었다. 신라면 블랙이다. 이 제품은 진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정체됐던 라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라면 건면은 반대로 깔끔함과 담백함이 국물 맛의 포인트였다.

‘웰빙’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맞물려 다양한 간편식이 속속 나온 것도 신라면 건면 개발의 배경이 됐다. 라면 시장에서 냉면, 쌀국수 등 이색 제품과 채소 라면 등이 큰 인기를 얻자 신라면 건면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농심은 2년이 넘는 연구개발(R&D)을 통해 신라면 건면을 내놨다. ‘국가대표 라면’ 신라면을 새롭게 건면으로 구상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유탕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바꾸면서도 동일한 국물 맛을 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신라면의 깊은 맛은 살아있으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2000번 넘는 평가를 했다. 재료의 미세한 배합 비율까지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농심은 신라면 건면의 인기가 건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시켰다고 판단해 건면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웰빙 트렌드 확산과 함께 건면 시장이 계속 커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욱 깔끔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확장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