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그에 걸맞지 않은 저품질 아파트 때문에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새집을 고대했던 입주민들은 문틀에서 버섯이 자라고, 온 집안에 곰팡이가 피는 등 하자 투성이누더기 아파트에 맞닥뜨리고 속을 끓여야 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완공 전 시공단계에서 감시 감독을 강화하거나, 건물을 완공한 뒤 판매하는 후분양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 "곰팡이랑 같이 살아야 하나" 천태만상 아파트 하자 지난해 11월 지어진 경남 진주 한 아파트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입주 4개월 만에 안방 욕실 좌우 문틀에 곰팡이가 생기고 벽면이 새까맣게 변했다.
한 입주자가 문틀을 뜯자 5∼6㎝ 크기 버섯이 자라고 있었고, 이 버섯은 뜯어내도 최근까지 8차례나 다시 자랐다.
1천152가구 중 곰팡이 등 하자가 확인된 곳은 80여 가구에 달했다.
올해 1월 말 입주한 부산 해운대 한 신축아파트에서도 358가구 중에 200여 가구에서 누수·곰팡이 피해가 발생했다.
거실 한복판에서 물이 차올라 바닥 색이 변했고,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했다.
태풍이 올 때는 창문 섀시에서 물이 줄줄 샜다.
이 곳에 빨대 3개를 연결하자 대야가 찰 정도로 물이 흘러내렸다.
올해 7월 충북 서충주 신도시 한 아파트에서도 입주자들이 분양 홍보물과 다른 아파트 시공 등에 반발하자 시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꾸려 조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 폭증하는 하자 분쟁…매년 4천여건 아파트 하자 분쟁 민원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들어 온 민원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1년 327건, 2013년 1천954건, 2015년 4천244건 등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5년 이후는 매년 4천여건씩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올해는 6월까지 2천211건에 달한다.
시공사 별로는 대우건설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년 동안 대우건설을 상대로 제기된 민원은 3천362건에 달했다.
2위는 790건을 기록한 SM우방이었고, 동일(664건), 포스코 건설(574건), 한국토지주택공사(416건), HDC현대산업개발(416건) 등이 뒤를 이었다.
◇ 입주민들 힘겨운 싸움…소송갈 경우 또 다른 고통 분쟁이 발생한 경우 입주민들은 시공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국토부에 하자심사를 신청하거나 소송전을 벌인다.
국토부 하자심사위원회는 전문가가 주택을 방문해 하자 여부를 확인하고 지자체에 과태료 또는 벌금 부과 명령을 내린다.
전문성이 강하고 강제성도 있어 심각한 하자가 발생하거나 건설사와 갈등이 극심할 경우 입주민들이 주로 찾는 기관이다.
하자심사위원회에서도 해결되지 않을 때는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소송으로 하자 판정과 배상을 받기까지는 길게는 수년씩 걸려 입주민들이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린다.
◇ 건설사 도덕적 해이가 문제 전문가들은 건설 기술력은 발전했음에도 하자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꼽는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건설사들이 이윤을 어떻게든 극대화하기 위해 원가 절감 차원에서 설계변경을 하고 불법 자재를 쓰고,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기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1군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아파트 시공에는 기술력 차이가 거의 없어 기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브랜드에 걸맞은 꼼꼼한 하청관리와 현장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공행진을 하는 집값과 생활 수준에 대한 높아진 입주자들의 기대치도 하자 분쟁 신청이 많아지는 한 계기일 수 있다.
◇ 후분양제 등 근본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는 현재 아파트가 짓기 전 계약이 이뤄지는 선분양제가 하자 분쟁의 근원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김 국장은 "피해를 본 입주민들은 '내가 그런 하자를 봤거나 알았다면 그 가격을 내고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통으로 말한다"면서 "제한된 정보로 계약을 할 수밖에 없고, 입주 전에 돈을 모두 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집을 제대로 짓지 않고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국장은 후분양제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시공을 관리·감독하는 감리가 제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감리가 시공사에서 돈을 받기 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며 감독 업무에서 제역할을 하기 힘들다.
김 국장은 "감리를 완전히 독립시키거나, 공무원이 매일 같이 감리가 제대로 업무를 하도록 관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