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쿠릴열도 공동 경제활동 합의한 2016년 푸틴-아베 정상회담 후속 조치
러-일본, 영토분쟁 완화 신호탄?…日관광객, 남쿠릴열도 '첫 발'
러시아와 일본이 70년 넘게 영유권 갈등을 빚어온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처음으로 발을 들이면서 양국 간 영토 분쟁을 해소할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인 44명은 일본 관광청이 마련한 약 300만원짜리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달 30일부터 6일간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섬을 방문한다.

두 섬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일본이 자국 영토라며 반환을 요구하는 남쿠릴 4개 섬의 일부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아니고, 과거 남쿠릴 섬 거주자도 아닌 일반 관광객이 분쟁지역에 방문한다는 것 자체로 러일 관계 개선을 상징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양국 간 영토 분쟁 해소로 직접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발레리 키스타노프 일본연구센터장은 "현재 러시아와 일본의 입장은 매우 떨어져 있다"며 "(이번 관광은) 영토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움직임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돌파구는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행사장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남쿠릴 4개 섬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 관련 논의를 했지만,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의 남쿠릴 섬 관광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016년 정상회담에서 해당 지역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양국은 이들 섬에서 해산물 양식, 야채 온실 재배, 관광, 풍력발전, 쓰레기 절감 등 5개 분야에 대해 공동 경제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구체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남쿠릴 섬 관광은 이런 그동안의 논의의 첫 결과물이다.

러시아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남쿠릴 4개 섬 영유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다퉈왔으며, 이 때문에 양국은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하고, 러시아는 이들 섬이 국제법적 합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남쿠릴 4개 섬 일부 해역에서 사격훈련 등 군사훈련을 지속해서 해왔고, 그때마다 일본은 러시아의 군사 배치 강화 움직임에 외교적 채널로 항의했다.

러-일본, 영토분쟁 완화 신호탄?…日관광객, 남쿠릴열도 '첫 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