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참 인성(人性) 교육
우리 사회는 20~30년 전과 비교해 경제적·물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정서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면에서는 아직 그대로인 것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사회규범과 법 무시, 사회 지도자들의 도덕감 상실 등이 그렇다. 빠른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물질적 성과의 일부 부작용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구조는 몸은 제법 성인인데 정신은 유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경제 부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표가 하위권을 맴돈다. 물질적인 지표만으로 선진국에 산다고 착각하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물질적인 지표가 국민의 주관적인 행복 등을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삶의 질까지 높일 수는 없다. 지금의 지표만 보면 복지 정책 등이 강조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히 여겨질 수도 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신적·문화적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하고 합리적인 복지 정책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고의 처방은 교육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아동기의 인성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에릭슨의 인간발달 8단계에 따르면 아동기에 해당하는 4단계의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때까지가 자아 성장이 확실해지는 기간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때 각인된 교육 내용은 평생 행동지침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크다.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든 나라다. 이 법에서는 인성의 핵심 가치와 덕목을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된 것’으로 정의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키워드만 나열한 것 같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를 보면 대부분 국민 삶의 질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관련 법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법을 준수하고 지키려는 의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교육의 실천만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의식과 사명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동기 교육은 성인이 된 뒤 영향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성과를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지금 현장에서 교육을 통해 아동기 연령의 아이들에게 인성의 핵심 가치와 덕목을 각인시켜도 그 영향력이 삶의 질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기다림의 시간은 더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