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장기 총리로 재임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가 차기 이스라엘 연립정부 구성권을 포기했다. 다른 이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13년간 재임 중인 네타냐후 총리가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네타냐후 총리의 라이벌인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에게 연립정부 구성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하레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의회 연정 구성에 실패해 연정구성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부여한 연정구성권을 반납한다”며 “지난 4주간 국민의 뜻에 따라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간츠 대표가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권을 반환함에 따라 다음 연정 구성 기회는 간츠 대표에 넘어갔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구성권 반환 신청을 승인했다”며 “조만간 간츠 대표를 새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에선 총선 득표율과 관계없이 연정에 구성한 이가 총리가 된다. 간츠 대표는 총리 후보 지명 후 28일간 연정 구성을 시도하게 된다. 청백당은 이날 “간츠 대표가 이끄는 자유주의적 통합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인 타임즈오브이스라엘(TOI)은 “청백당이 ‘자유주의적’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을 볼 때 연정에 초정통파 종교 정당이 함께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레츠 등 현지 언론들은 간츠 대표도 연정 구성에 성공할지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연정을 구성하려면 의회 전체 120석 중 과반인 61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양대 진영의 의석 확보 결과는 박빙이다. 지난 17일 총선 결과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 등 우파 진영은 55석을, 간츠 청백당 대표 등이 주도하는 중도 좌파 진영은 54석을 각각 차지했다.

양대 진영간 협력도 요원하다는 평이다. 청백당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당수인 한 리쿠드당과는 손을 잡지 않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반면 리쿠드당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를 당내 유일한 총리 후보자이자 당수로 인정한다는 안을 당내 투표로 통과시켰다. 사실상 연정 ‘캐스팅보트’를 쥔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대표는 앞서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협력하는 대연정에만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요 외신들이 연정 구성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간츠 대표도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세 번째 총리 후보를 지명하거나, 아예 세 번째 총선을 치르도록 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총선을 실시했으나 연정 구성에 실패해 지난달 두 번째 총선을 치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간츠 대표에게 내달까지 시간이 있긴 하지만 의석 수 현황을 볼 때 연정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간츠 대표도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이스라엘은 전례없는 3차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