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퇴치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의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과학적 실험법을 도입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빈민층에 무조건 예방접종을 권하기보다 올 때마다 먹거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접종률이 6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을 경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빈곤 해결에는 적절한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돈만 살포하는 선심성 정책으로는 진정한 복지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 원조나 빈곤층 지원이 종종 헛돈만 쓰고 마는 이유를 입증한 것이다. 뒤플로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빈곤과의 싸움은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야 하며, 빈부격차 해소에도 정교한 복지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들의 지적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3년 연속 10%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12.8% 늘어난 181조6000억원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고 있지만 효과는 참담하다.

소득 하위 20%의 가계소득은 올 상반기 257만9000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5만3000원 줄었다. 반면 상위 20%는 올 상반기 1935만1000원으로 2년 전보다 177만6000원 늘었다. 지난 2년간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것이다. 고용도 악화되고 있다. 예산 1조원당 고용창출 효과는 2016~2017년 1만6400명이었지만 2018~2019년에는 7500명으로 줄었다. 예산을 23% 더 썼는데도 고용창출 효과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교한 설계 없이 돈만 퍼부어왔기 때문이다. 복지 부정 수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두 교수는 자신들의 과학적 접근법이 선진국 저소득층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포퓰리즘 아닌 과학에 입각한 복지 시스템 재구축을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