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기술력 논쟁이 뜨겁다. 시작은 초고화질(8K) TV 화질에 대한 것이었다. LG전자가 지난달 6일 ‘삼성 8K TV는 진짜 8K TV가 아니다’며 포문을 열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였다. 8K TV는 화소 수(3300만)뿐만 아니라 화질 선명도(CM)가 50%를 넘어야 하는데 삼성 QLED 8K TV CM값이 12%에 불과하다는 게 LG전자의 주장이었다. 화질 선명도는 화소 하나하나가 얼마나 정확하게 제 색깔을 내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삼성전자는 “CM은 1927년에 발표된 ‘낡은 개념’이고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 기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8K 논쟁이 주춤해지자 QLED 논쟁이 불붙었다. LG전자는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의 QLED TV는 진정한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TV가 아니라 퀀텀닷 시트만 덧댄 LCD TV’라고 공격했다. 이는 학계에서 정의하는 QLED와 삼성전자가 쓰는 QLED의 의미가 조금 다른 데서 출발한다. 학계에서 말하는 QLED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처럼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지만 유기 소재 대신 퀀텀닷(QD)을 쓰는 방식이다. OLED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꼽힌다.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LCD에 퀀텀닷 성능을 지닌 필름을 붙여 색 재현율을 크게 높인 제품이다. 퀀텀닷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에 QLED로 불러도 문제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논리다.

공방이 계속되는 것은 TV 시장의 ‘차기 패권’이 걸린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TV 시장 규모는 2억 대 정도에서 정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시장은 대형·프리미엄 제품군이다. 삼성과 LG는 각각 QLED, OLED 브랜드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앞서나가는 건 삼성전자다. OLED를 밀고 있는 LG전자는 16.5%로 2위에 올라 있다. ‘지금 (삼성을) 못 잡으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다’는 위기감이 LG전자 내부에 상당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내 업체의 공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 경쟁 업체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선두권 업체끼리 상대방 제품의 단점을 공격하는 것은 프리미엄 TV 시장의 파이를 줄이고 해외 경쟁자에게 추격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