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이 유럽의 새 디지털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자동차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리스본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있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도 급속히 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가 조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자 경제가 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풀고 감세…포르투갈 리스본의 부활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 등에 따르면 리스본 동부의 옛 군수공장 지대였던 베아투는 최근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변모하고 있다. 재개발된 3만5000㎡ 부지에 20개 건물이 새로 지어진 이곳엔 혁신적 기술기업이 들어서고 있다. 완공되면 10만㎡ 규모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로 꼽히는 파리의 ‘스타시옹F’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글로벌 대기업도 잇달아 리스본을 유럽 거점으로 삼고 R&D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구글은 조만간 리스본에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R&D센터를 열 예정이다. 총 1300명의 IT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웹 개발자 등이 일하게 된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자동차 기업도 리스본에 디지털혁신센터를 세웠다. BMW는 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과 손잡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금융업계에선 BNP파리바가 리스본을 유럽 총괄본부로 삼았다.

2015년 말 정권을 잡은 포르투갈 좌파연합 정부는 강력한 성장주도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자본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비자제도를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EU) 국가 시민이 아닌 근로자에게도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쉽게 비자를 내줬다. 50만유로 이상의 부동산 또는 100만유로 이상의 포르투갈 주식을 매입하거나 10명 이상의 현지인 직원을 고용하면 ‘골든비자’를 발급해줬다. 골든비자는 포르투갈뿐 아니라 EU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는 제도다.

외국 기업에는 다양한 지원금과 세금 감면을 제공했다.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특구를 조성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덕에 2011~2013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포르투갈은 지난해 성장률 2.1%를 기록했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에서 18%를 차지했던 수출은 지난해 28.7%까지 증가했다. 실업률은 2013년 17%에서 올해 6%대로 떨어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