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서울 '청약 커트라인' 역대 최고…3인 가족은 입장권도 못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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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라클래시' 최저 64점…3인 가구 만점 수준
2017년 평균 커트라인 31점→상한제 발표 후 52점
2017년 평균 커트라인 31점→상한제 발표 후 52점
◆커트라인 64점 ‘역대 최고’
2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당첨자의 최저 가점이 64점을 기록했다. 2017년 10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가점제가 전면 시행된 이후 가장 높은 점수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이날 이후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주택형의 당첨자를 모두 가점순으로 선정한다.
64점은 3인 가족이 채울 수 있는 최고 가점이다. 자신과 배우자, 자녀를 포함해 부양가족이 3인(15점)이면서 무주택기간을 15년(32점)까지 꽉 채우고, 청약통장 가입기간 또한 15년을 달성해 최고점(17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4인 가족도 당첨은 아슬아슬하다. 이 아파트 전체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연중 최고인 68.95점이다. 앞선 사례에서 아이를 한 명 더 낳아야(+5점) 가능한 점수다.
하지만 굳이 강남 새 아파트나 ‘로또 아파트’가 아니어도 당첨 커트라인은 급등하는 중이다. 지난 8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이후 이날까지 서울에서 청약을 받은 5개 단지의 커트라인은 평균 52.40점이다. 직전 32개 단지(35.84점)보다 17점가량 높다. 2017년 가점제 전면 시행 이후(31.79점·14개 단지)와 비교하면 20점 이상 올랐다. 지난해 평균(42.64점·28개 단지)과 비교해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정부가 추첨제 물량을 줄이고 유주택자의 청약을 배제하는 등 법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청약제도를 손봤지만 가점은 거꾸로 높아지기만 한 셈이다. 그동안 청약제도는 140번 개정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규제로 당첨만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가점 경쟁이 예고편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어서다. 특히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의 경우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부양가족이 많지 않은 40대도 가점에서 밀린다.
정부는 제도 시행 전 공급을 늘려 청약 과열과 집값 불안을 막을 방침이다. 상한제 적용에 6개월의 유예를 둬 내년 봄까지 분양물량이 집중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유예기간 안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낼 경우 상한제 적용을 피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더라도 아직 이주 단계에 머문 정비사업구역은 6개월 안에 분양에 나서기 물리적으로 어려워서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단기간에 공급이 쏟아지면 청약수요가 일부 나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소수의 고가점자들에게만 당첨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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