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사진=한경DB
봉준호 감독/ 사진=한경DB
봉준호 감독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지목된 것에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1일(현지시간) 미국 LA타임즈를 통해 보도된 인터뷰에서 "얼마전 (용의자의) 얼굴을 봤다"며 "남다른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을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 유기한 사건이다. 이중 모방 범죄였던 8차 사건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이형호 군 유괴사건' 등과 함께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DNA 대조를 통해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 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이춘재 씨가 5차, 7차, 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최근엔 4차 증거물에서도 이 씨의 DNA가 검출됐다.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됐지만 33년 만에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놀라움과 안도를 자아냈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은 2003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선보였다. '살인의 추억'은 당시 5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특정된 후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 북미 개봉 프로모션 차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해 "한국에서 벌어진 아주 끔찍했던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픽처의 '조디악', 넷플릭스의 '마인드헌터' 등을 언급하며 이해를 도왔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을 때 (범인의 얼굴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고, 그 살인자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며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사진=연합뉴스
이어 "각본을 쓰면서 경찰들, 기자들, 다른 사건 관계자들을 하나하나 만나 조사했지만 단 한 사람만 만날 수 없었다. 아시다시피 바로 범인이다"고 '살인의 추억'을 준비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결국 지난 주 나는 그(이춘재)의 사진을 봤다"며 "그 심정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범인을 잡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 온 경찰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경기남부청에 마련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사진=연합뉴스
경기남부청에 마련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사진=연합뉴스
한편 이춘재는 지난 1일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포함해 총 14건의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또한 30여 건 이상의 강간, 강간미수 범행도 털어놓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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