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북한을 향해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비핵화 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어르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 미시간대 강연에서 “키신저 박사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데 힘쓰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실패하면 아시아 지역의 핵 확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대가’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대표는 “아시아 국가들은 (핵)무기 보유가 그들의 안보와 국민에게 더 많은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해왔다”며 “일본이나 한국 등은 미국의 (핵)확장 억지 정책을 믿기 때문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시점이 되면 일본, 한국 등에서 자체적인 핵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핵 능력을 직접 보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또 “국제사회가 이 일(북한 비핵화)에 실패하면 북한이 아시아에서 마지막 핵보유국이 아닐 것이라는 키신저 박사의 말이 맞을까 우려된다”며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북한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지역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가진다”고 했다. 북한의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으로 보고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북한이 수십 년간 추진해온 핵무기 시스템은 그들이 믿는 것과 달리 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합의를 할 때 미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체제보장을 약속하며 비핵화 협상을 촉구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북한의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