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장 취임 1년 "중재건수 500건 이상으로 늘릴 것"
“작년까지 중재 접수 건수는 매년 300여 건 수준인데 제 임기가 끝나는 2년 뒤 500건을 넘길 수 있도록 중재의 장점을 널리 알려보겠습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 원장(사법연수원 17기·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283건의 중재신청이 들어왔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며 “중재의 장점을 제대로 알리고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재원에 따르면 8일 현재 전체 중재신청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중재는 민간에서 활동하는 중재인이 판사 역할을 맡아 1심만으로 분쟁의 결론을 내준다. 중재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사설 법원’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이 원장은 서울대 대학원 시절부터 중재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국제중재에도 눈을 떴다. 서울가정법원장으로 법복을 벗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8월 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원장은 중재의 장점을 신속성에서 찾았다. 그는 “중재 사건 중에는 건설업과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많은데 이들의 특징이 아무리 좋은 결론이 나더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기한을 넘기거나 연예인의 인기가 식어버린 다음 잘못이 드러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얘기다. 공개재판을 원칙으로 하는 법원과 달리 중재를 통하면 비밀리에 분쟁을 매듭짓는다. 이 원장은 “전국에 법관이 3000명을 밑도는데 한 해 사건이 100만 건을 웃돈다”며 “반면 중재는 전문가들이 소수의 사건을 꼼꼼히 검토하면서 반년 정도면 결론을 내준다”고 강조했다. 중재 비용은 정부 지원을 통해 최저 55만원으로 치를 수도 있고, 최대 한도는 1억5000만원이다.

요즘 이 원장은 중재사건의 ‘씨앗’을 뿌려놓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는 “분쟁이 생겼을 때 어디서 해결을 보는 게 가장 좋을까 고민해 중재원을 찾아오는 신청인만 있다면 ‘천수답 경영’을 벗어나지 못한다”며 “기업이 계약서를 쓸 때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한다고 명시하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다음달 2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변호사협회 연차총회에 세계 6000여 명의 변호사가 몰려드는데 한국의 중재산업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해마다 11월께 개최하던 서울국제중재페스티벌(SAF)을 IBA 서울 총회 바로 전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 간 다툼에서 스스로 합의(조정)했을 때 강제성을 부과하는 싱가포르협정이 최근 통과됐다”며 “조정산업을 두고 홍콩 싱가포르와의 각축전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유기적인 협조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