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사망자만 1천800명…정부 관계자 "선거에 영향"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최빈국 부룬디가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말라리아'에 신음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말라리아에 걸려 고통받고 있지만, 정부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상사태 선포에 주저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 통신에 따르면 부룬디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말라리아에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부터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사람이 1천800명에 이르며 이는 에볼라로 신음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상황만큼이나 심각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구 절반 말라리아에 신음하는데 비상사태 선포 거부한 부룬디
사태의 심각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1월 첫째 주부터 지난달 말까지 600만건에 가까운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부룬디의 인구가 1천10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인구의 절반이 말라리아에 걸려 고통을 받는 셈이다.

이 수치는 2017년 전염병 상황을 능가하는 것이다.

당시 부룬디는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려 180만명이 감염되고 700명이 목숨을 잃자 비상사태를 선포했었다고 AFP는 전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도 지난 5월 말라리아 감염이 유행병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확산의 원인으로 국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의 예방 접종률과 이에 따른 면역력 저하 등을 꼽았다.

또한 치료 약에 내성이 생긴 변종이 세계 다른 지역들과 공통으로 증가하면서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후변화 탓에 질병을 옮기는 모기가 조금 더 공격적으로 행동을 변화하고 있는 것도 전문가들은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비상사태 선포를 거부한 부룬디 정부의 결정으로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인구 절반 말라리아에 신음하는데 비상사태 선포 거부한 부룬디
익명의 부룬디 정부 고위관계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며 "많은 위기를 맞고 있는 피에르 은쿠룬지자 현 대통령이 자신의 보건정책 실패로 여겨질 수 있는 (비상사태 선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부룬디에서는 2015년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고 3선 도전을 강행하면서 반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 최소 1천명이 사망하고 40만명 이상이 실향했다.

인구 절반 말라리아에 신음하는데 비상사태 선포 거부한 부룬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