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가 맥주 출고 가격을 내리겠다고 하자 주류 도매상들이 반발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23일 카스와 필굿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도매상들은 물건을 싸게 준다는 데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도매업계는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잘 팔리자 여름 성수기에 재고를 떠넘기려는 오비맥주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7~8월은 맥주 성수기다. 할인해 주는 것은 이례적이다. 오비맥주는 한 달여간 가장 많이 팔리는 카스 500mL 병맥주를 1203원에서 1147원으로, 생맥주 20L 케그통은 3만3443원에서 2만8230원으로 15%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이에 지난 2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비맥주의 도매상 PC 접속과 자료 요청 거부, 빈 병 반납 거부 등을 결의했다. 기습적 가격 인하가 물량을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도매상들을 자극한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오비맥주는 올 들어 카스 가격을 여러 번 조정했다. 지난 4월 가격 인상과 이달 가격 인하 외에 지난 6월 말 국세청이 예고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도 할인 가격을 적용했다. 4개월간 인상과 한시 인하, 원상 복구 후 한시 인하 등을 반복했다.

지난 4월 가격 인상 때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종량세 발표를 앞두고 미리 가격을 올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으로 맥주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길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가격을 올려뒀다는 얘기다.

이번 가격 한시 인하는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오비맥주는 맥주시장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난 3월 나온 테라가 100일 만에 1억 병 이상 팔리는 등 인기를 얻자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오비맥주의 이 같은 가격 전략은 도매상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가격 인상 예고와 가격 할인 전략 등으로 이미 두 차례 ‘카스 사재기’를 한 도매상들은 더 이상 카스를 받을 여유가 없다. 한 주류 도매상은 “올 들어서만 여러 번 가격이 바뀌어 혼란스럽고, 카스 재고는 넘쳐난다”며 “테라를 찾는 소비자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