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맥주 성수기 영향 끼칠 듯…맥주업체 주시
일본 불매운동 맥주 성수기 영향 끼칠 듯…맥주업체 주시
맥주 업계 최대 성수기인 8월을 앞두고 일본산 맥주 불매 운동,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8월 맥주 판매량이 하반기 전체 시장 판도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9일 한국주류수입협회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집계한 수입맥주 판매량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칭따오가 48만7501헥타리터(1 헥타리터는 100ℓ)를 팔아 1위에 올랐다.

칭따오는 전년도인 2017년 7월~2018년 6월까지만 해도 아사히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아사히의 판매량이 0.8% 감소한 반면 칭따오의 판매량은 13.9% 증가해 순위가 역전됐다.

아사히의 수입 맥주 시장 점유율은 17.8%에서 15%로 2.8% 포인트 줄었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규제 후 한국에서 불붙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일본 맥주에 직격타가 되면서 아사히는 더욱 코너로 몰렸다.

주요 대형마트와 일부 편의점들은 본사 차원에서 수입 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거나, 신규 발주를 중단하는 등 행동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일본 맥주가 판매량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본 맥주 불매 운동으로 기회를 잡은 오비맥주는 가격 할인으로 반격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지난 23일 최대 성수기인 8월을 앞두고 자사의 대표 브랜드 '카스' 맥주와 발포주 '필굿'을 다음달 31일까지 가격 할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여름 성수기에 맞춘 이번 할인 행사에서는 출고가 기준 패키지별로 4~16% 가격이 낮아진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는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현행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필굿'의 가격도 355ml 캔은 10%, 500ml 캔은 41% 가량 낮춰 도매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인하된 출고가가 적용되면 355ml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9000원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가격 할인 정책을 두고 일본 맥주로 인한 외부적 요인 이외에도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오비맥주의 출고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에 출고가가 인하된 카스 병맥주 가격은 지난 4월 인상 전 가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도매상들은 8월 성수기를 준비하기 위해 창고에 쌓아둔 재고까지 할인된 가격에 맞춰 팔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유승재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국장은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도매상들의 경우 기존에 비싸게 주고 산 재고를 싸게 팔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이는 자사 제품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유통 거래에 혼선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와 다른 전략으로 성수기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최근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테라의 상승세를 잇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는 방안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여름 광고를 최근 공개하고 시장 공략을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중이다. 새 광고는 이달 초부터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테라는 지난 3월 21일 출시 이후 101일만에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맥주 부문 판매량이 반등에 성공했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지난 25일 국내 최초로 밀을 원료로 한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을 선보이고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다. 필라이트 바이젠은 기존 필라이트, 필라이트 후레쉬를 즐기는 소비자층은 물론 밀 맥주를 선호하는 음용층을 겨냥한 제품이다.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반영하면서 발포주 소비층을 더욱 확대하고 시장 내 경쟁 우위를 강화한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목표다.

하이트진로는 상반기 내 테라의 전방위적 홍보 활동에 집중해 단기간 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초기 돌풍을 이어가기 위해 테라 생맥주를 출시, 여름 시장을 겨냥하며 성장의 가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서울 및 수도권의 주요 상권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1년 판매 목표인 1600만 상자 판매도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의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 "8월 성수기 동안 테라는 가격 인하 없이 갈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도 뜨거운 감자다. 주류 리베이트는 식당 주인이 특정 주류 업체의 술을 팔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온 관행을 말한다. 국세청은 리베이트를 주는 쪽과 더불어 받는 쪽에도 처벌을 줘 부작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쌍벌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통상적으로 리베이트는 주류 제조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은 카스가 약 60%로 1위, 그 뒤를 3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하이트진로가 추격하는 형국"이라며 "일본 맥주가 빠진 상황에서 두 업체의 다른 전략에 따른 결과가 8월은 물론 올해 하반기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