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고양이의 신체 일부가 두 개의 그릇에 담긴 채 발견됐다.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고양이를 바닥에 내리치고 발로 밟아 죽게 한 피의자 정모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날이었다. 최근 동물을 잔혹하게 죽이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학대는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학대 1500여건 중 구속은 1명뿐"
동물학대 범죄 5년 새 세 배로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398건이 발생해 2013년(132건)의 세 배로 늘었다. 잦아지는 동물학대 범죄에 여론의 분노도 커졌다. 이날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경의선 고양이 학대 사건을 다룬 게시글은 약 6만8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생후 1개월 된 강아지를 비닐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묶어서 버린 사건의 용의자 검거를 촉구하는 글은 12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동물보호법 46조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해 죽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게 했을 때, 길거리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게 했을 때, 사료나 물을 주지 않아 죽게 했을 때 등이 ‘학대’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실형을 선고받는 일은 드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입건된 동물학대 사건 1546건 중 가해자가 구속된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2017년에는 길고양이를 잡아 끓는 물을 붓거나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찔러 학대한 뒤 키우던 개가 물어 죽이게 하고, 이 모든 과정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20대 피고인에게 법원이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동물학대 사건에 사법부 경각심 가져야”

동물학대 범죄에서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사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연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대표는 “동물학대 형량 자체가 낮은 데다 피해 대상이 동물이라 양형 기준도 낮다”며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반려동물을 학대해도 들키지 않은 사례 역시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학대 범죄가 인간에 대한 폭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동물학대의 처벌 수위가 낮으면 생명경시 풍조가 퍼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경각심을 갖고 현행법의 최대 형량만큼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