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올 3월 토지거래량의 절반 이상 '의심'…산 하나 소유자만 330명 시·경찰 "단속 어렵다" 하소연만…피해 양산 우려
세종시 외곽 임야를 대상으로 한 기획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데는 행정 당국과 경찰의 수수방관 자세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세종시 부동산업계와 부동산 정보업체 밸류맵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넉 달 동안 지역에서 거래된 토지 2천619건 가운데 51.8%에 이르는 802건이 기획부동산 거래물건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 10월 한 달간 토지거래량은 1천43건으로, 9월 976건보다 67건(6.9%) 늘었다.
시는 기획부동산 법인과 개인 간 토지(임야) 공유 지분 거래에 따라 토지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분을 공유한 사람이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토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의면 달전리 한 임야는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330명에 이른다.
기획부동산 업체는 개발이 어려운 토지나 임야인데도 이득을 많이 볼 것처럼 광고하고, 투자자들을 모집한 후 이를 쪼개 판매하는 이른바 지분 판매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재산권 행사 제약이 불 보듯 뻔한 기획부동산을 분양하는 업체들은 금남면·장군면을 거쳐 연서면, 전의면, 전동면 등 세종시 외곽으로 손길을 뻗치고 있다.
시중은행 것과 비슷한 이름과 로고를 쓰면서 대전 둔산 중심상권에 사무실을 둔 채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
대전경찰청과 둔산경찰서에서 걸어도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만한 가까운 거리다.
전의면·연서면에 있는 일부 기획부동산 5건의 등기부등본을 떼 보면 소유자 955명 가운데 대전·세종·충남 주민이 32.2%인 308명에 이른다.
텔레마케터들이 지인에게 땅을 팔고, 실적을 내기 위해 텔레마케터 스스로가 땅을 샀기 때문에 사무실이 있는 대전과 충청권 투자자들이 많다.
일부 업체는 상가 공실 상태를 겪는 세종시로 이전해 '무상임대 사무실에서 관리비만 내고 영업'하는 촌극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 주장이다.
이처럼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활개를 치는데도 행정 당국과 경찰은 뒷짐만 지고 있다.
경찰과 시는 기획부동산 업체가 전문 변호사 등의 자문에 따라 법적 문제없이 영업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세종시는 허가를 받은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해서만 불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기획부동산 업체 영업에 대해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지난 6월부터 기획부동산 업체를 대상으로 공인중개사법과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한 경찰관은 "기획부동산 투자자에게 연락을 취해도 피해를 봤다는 진술을 안한다"며 "단속하고 싶어도 법인과 개인 사이 거래가 법에 맞게 이뤄진 데다, 속아서 샀다는 피해 진술부터 확보하기 어려워 수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기획부동산은 소유자 모두 동의해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개발 가능성이 낮다"며 "일단 사려는 토지를 직접 찾아가 본 뒤 계약을 하고, 피해가 예상될 때는 경찰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기획부동산을 분양받은 A씨는 "법적으로 수사가 어렵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일부 소유주들에게라도 참고인 진술을 받아 분양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세종시도 실태를 파악해 급격히 늘고 있는 기획부동산 매매 행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