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란 칸 총리 만나 파키스탄 정부 협력 치하
아프간서 발빼려는 미국과 원조·투자 바라는 칸 총리 이해일치
'아프간 전쟁 종전' 협력 계기로 美-파키스탄 갈등 봉합
18년째 이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마무리짓기 위한 평화협상을 계기로 미국과 파키스탄이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 체제를 재구축한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임란 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아프간 평화협상 타결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의 협력을 치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주간 많은 진전이 있었고 파키스탄이 그런 진전을 이루도록 우리를 도왔다"면서 "우리는 (아프간 전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파키스탄과 여타 국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난 한 주내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난 1천만명을 살해하길 원치 않을 뿐"이라면서 "전쟁에서 이기길 원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이다.

10일 이내에 말 그대로 사라지고, 끝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벌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당시 집권 세력이었던 탈레반은 정권에서 밀려났지만, 아프간 곳곳에서 정부군을 공격하며 다시 세력을 회복해 현재는 아프간 국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아프간 전쟁 종전' 협력 계기로 美-파키스탄 갈등 봉합
이미 미국과 탈레반은 아프간 내 국제 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현지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협정 골격에 합의한 상태다.

다만, 종전 선언, 외국군 철군 시점 등 구체적인 로드맵에는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관련 미국 특사는 23일부터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의 대외 창구 사무소가 있는 카타르를 잇달아 방문해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아프간) 평화협상 과정에서 (타결에) 가장 근접해 있다"면서 "우리는 탈레반이 곧 아프간 정부와 대화에 나서고 정치적 해결을 도출하도록 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초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을 선언한 뒤 최근까지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 종식을 위해 파키스탄의 도움이 필요하고, 보유 외환 고갈 등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한 파키스탄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만 할 입장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칸 총리의 회담에 동석한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는 파키스탄의 전적인 승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면서 "탈레반이 파키스탄을 피난처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이 전쟁은 신속히 우리측 조건대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전쟁 종전' 협력 계기로 美-파키스탄 갈등 봉합
칸 총리의 방미에 앞서 미국이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의 기획자로 지목한 이슬람 과격단체 수장 하피즈 사이드를 체포하는 성의를 보인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투자를 유치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그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선 미국이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는 것을 도왔다가 반역 혐의로 체포돼 투옥 중인 파키스탄 의사 샤킬 아프리디를 석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났을 때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중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 외무부는 "(모디) 총리는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이를 즉각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