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로 韓기업들 신용강등 위기"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간판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질 것이란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0일 ‘높아진 신용위험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실적 악화 등으로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간 무역마찰이 한국 기업의 등급 하락 위험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무디스가 지난 2일 “일본의 수출규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다시 강력한 경고음이 울렸다는 평가다. S&P는 이날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0%로 낮췄다.

S&P가 경고 수위를 높이면서 기업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S&P는 올 들어 이마트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7곳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등급이 떨어진 KCC와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SK하이닉스까지 합하면 9곳의 신용 전망이 이전보다 나빠졌다. 올 들어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된 곳은 전무하다.

S&P "반도체·車 등 수출업종 모두 암울"…韓성장률 2.4%→2.0%

"日 수출규제로 韓기업들 신용강등 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0일 “악화된 영업 환경과 규제 리스크 등 여러 요인으로 한국 기업들의 신용 악화 부담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2조7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조3664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줄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 등으로 하반기엔 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준홍 S&P 이사는 “반도체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정유, 화학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업종이 앞으로 1~2년간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P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 상위 200개 민간기업(자산규모 기준 비금융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24조원으로 전년 동기(약 39조원) 대비 38% 감소했다. 수익성이 떨어진 여파로 재무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2017년 말 2.7배 수준이었지만 올 3월 말엔 3.4배로 뛰었다.

S&P가 이날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낮춘 이유다. 지난 4월 2.5%에서 2.4%로 내린 지 석 달 만에 추가 하향 조정했다. S&P는 “전 세계에 걸쳐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생산 및 민간투자에 계속 부담을 줄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취약한 것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확대 등으로 현금 유출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 등에 2조6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S&P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의 신용위험이 한층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신용평가사가 올해 신용등급을 내렸거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한 한국 기업은 9곳으로 2014년(10곳) 후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시선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 들어 회사채 평가 대상 기업 377곳 중 15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뀐 기업(7곳)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16곳으로 오른 기업(9곳)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