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주택, 두 달 출장에 '발목'
35일 필리핀 어학연수 '부적격'
강모씨는 “업무 특성상 1년에 한 번은 해외출장을 가야 하는데 해외출장을 거부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든지, 아니면 청약을 포기해야 한다”며 “사실상 ‘무주택자 해외출장 금지법’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안양에 10년 넘게 살다가 지난 2월 평촌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에 당첨된 김모씨(45)도 같은 이유로 부적격자로 분류됐다. 자녀의 영어캠프 참가차 필리핀에 35일간 체류한 게 문제가 됐다. 김모씨는 부적격 당첨자로 분류돼 아파트 당첨 취소와 함께 1년간 청약 자격을 박탈당했다. 안양에 거주하다가 1개월 이상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온 목사 이모씨(50)도 같은 이유로 부적격 처리됐다.
전문가도 해석하기 어려운 ‘30일 규정’ 때문에 청약 부적격 당첨자가 늘고 있다. 국토부가 30일 규정을 청약제도에 넣은 것은 작년 말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 당해지역에 청약하기 위해서는 ‘1년 동안 분양 아파트가 있는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주민등록법을 준용해 ‘30일 이상 동일한 장소에 체류한 자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안양에 사는 김모씨처럼 장기간 해외에 체류한 뒤 당해지역 1순위로 청약에 당첨되는 경우 주택법 65조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30일 규정’에는 또 다른 맹점이 있다. 같은 30일을 해외에 체류하더라도 해외 A도시와 B도시에 각각 20일과 10일간 30일을 체류하면 청약에 문제가 없다. 동일한 곳에서 30일 이상 체류하지 않아서다.
정명기 GS건설 마케팅팀 팀장은 “해외출장과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흐름에 뒤떨어지는 규정인 데다 청약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이 청약제도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기 어렵다”며 “30일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