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어제 ‘문재인 케어’ 성과를 자평하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지난 2년간 3600만 명의 국민이 2조2000억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았고, 상급 종합병원의 건강보험(건보) 보장률이 2017년 65.6%에서 지난해에는 68.8%로 크게 높아졌다는 게 골자다. 복지부는 건보의 보장범위를 계속 늘리고 건보 적립금 규모는 10조원 수준에서 유지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필요한 돈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건보 보장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총 41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에 따른 지출 확대로 건보 적자가 올해 3조1600억원대, 2023년에는 9조5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계산대로면 현재 20조원 수준인 건보 적립금은 2023년에는 10조~11조원대로 축소된다.

문제는 건보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정부 목표를 밀어붙일 경우 건보 적자는 급속도로 커지고, 건보재정 고갈시점도 훨씬 앞당겨진다는 데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을 고갈시점으로 봤지만 최악의 경우 2023년으로 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보료나 정부 지원금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 ‘문재인 케어’가 좌초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로선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다. 지난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가입자 단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3.49%의 내년도 보험료율 인상안을 거부했다. 국고 지원금부터 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현재 국고지원율(13.6%)을 2023년까지 더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돈을 더 내야 할 건보 가입자도, 기획재정부도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는데 복지부는 자금조달 부분은 대충 넘어가고 자화자찬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복지부는 의료비 경감만 강조할 게 아니라 건보료 인상이 됐든, 국고 지원 확대가 됐든, 결국은 모두 국민 부담이라는 점을 분명하고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