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아진 4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
-구성은 불만 없지만 소재 선택은 다소 아쉬워


SUV가 범람하는 시대다. 소비자 선호가 높은 '대세' 세그먼트로 자리 잡으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SUV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쟁구도가 생겼고 그중에서도 접근이 쉬운 엔트리 SUV는 상황이 더욱 치열하다. 저마다 개성을 강조한 차가 1년에도 수십 대가 나오지만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차가 있는 반면 사람들의 인식에서 멀어지는 차도 적지 않다. 재규어 E-페이스는 후자에 속한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E-페이스는 F-페이스로 재미를 본 재규어가 새로 만든 엔트리 SUV다. 2017년 출시 후 꾸준한 상승세로 긍정적인 글로벌 판매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4월 역동적인 DNA를 강조하며 야심차게 한국 땅을 밟았지만 판매는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한발 물러서기보다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넣은 신규 트림을 추가한 것.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새 제품은 단순히 파워트레인 변화만 거친 추가 구성에 불과할까? 넘쳐나는 엔트리 SUV 사이에서 경쟁력은 무엇일까? 다양한 궁금증을 안고 E-페이스 디젤의 차 키를 건네받았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지체할 시간이 없어 바로 촬영 장소로 향했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니 디젤차 특유의 엔진 회전 질감이 느껴진다. 가솔린보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거슬리거나 운전에 방해를 주는 불쾌한 감각은 더욱 아니다. 보닛 아래에는 직렬 4기통 인제니움 2.0ℓ 디젤 엔진이 탑재돼 최고 180마력, 최대 43.9㎏·m의 힘을 발휘한다. 입문형 세단인 XE를 비롯해 최근 재규어 랜드로버 차들에 두루 쓰이는 엔진이지만 세팅은 오로지 E-페이스 성격에 맞춰 대대적으로 손봤다.

차이는 운전자가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정제된 소리를 비롯해 엔진 회전수는 차분하게 반응하고 진동과 떨림도 크게 잡았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디젤 차라고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실용 구간에서 발생하는 넉넉한 토크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의 만족이 높다. 여기에 확 트인 시야와 아담한 차체가 더해져 운전이 쉽고 편하다. 운전이 서툰 초보나 여성 운전자가 차를 몰아도 부담이 덜할듯하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일반적인 주행에서 빛을 냈다면 차가 가진 기본기는 굽이치는 고갯길에서 제 능력을 발휘한다. 특히 핸들링 반응은 세그먼트의 존재를 잊을 만큼 민첩하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만 정확하게 몸을 틀고 빠르게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고 코너를 통과할 때는 해냈다는 성취감도 들게 한다. 보디 롤은 거의 없고 무리하게 앞머리를 넣어도 컨트롤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밀려 나간다. 탁월한 핸들링에 심혈을 기울인 재규어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느껴진다.

접지력을 높이는 각종 전자 장비의 탑재는 민첩하고 안정적인 코너링에 힘을 보탠다. 광범위한 조건에서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위한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극한 상황에서 엔진 토크를 최대 100%까지 배분해 접지력을 높여주는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ETC)이 적용됐다. 이와 함께 토크 벡터링 및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시스템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감지해 불안 요소를 최소화해준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즐겁게 운전하다 보니 어느덧 촬영 장소에 도착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살펴본 첫인상은 여전히 신선하다. 독특한 패턴의 그릴과 레이더 센서 역할을 같이 수행하는 재규어 뱃지, 양옆에 뚫린 공기흡입구까지 모두 크기가 상당하다. LED 헤드램프는 재규어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J블레이드 주간 주행등과 같이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듬직한 옆모습과 얇은 테일램프 형상은 그대로이며 새로 디자인한 휠과 배기구를 감춘 뒷범퍼 형상이 가솔린과 다른 유일한 차이점이다.

실내는 뛰어난 공간 활용이 인상적이다. 광활한 대시보드와 깊은 도어 포켓을 비롯해 센터콘솔은 컵홀더를 분리하면 태블릿 PC도 거뜬히 수납 가능하다. 차체 곳곳에 마련한 USB 단자도 센스 있는 구성이다. 2열은 무난하며 트렁크는 인테그럴 링크 타입의 뒤 서스펜션 구조 덕분에 널찍한 공간을 구현할 수 있었다. 덕분에 대형 캐리어나 유모차 등 부피가 큰 짐도 편리하게 실을 수 있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반면 소재 선택은 아쉽다. 송풍구나 도어 안쪽에는 화려하게 꾸몄지만 정작 메인을 장식하는 센터페시아는 신경을 덜 쓴 모양새다. 널찍한 플라스틱 패널은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고 변속 레버 주변을 감싼 알루미늄 패널은 차갑고 허전해 보인다. 강약 조절이 부족한 소재 선택과 매칭은 경쟁차 대비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구성이 부족하지는 않다. 고정식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와 열선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이 기본으로 들어있고 자동 주차 및 차선 유지 보조 장치와 10가지 색상 선택이 가능한 무드등, 음질이 좋은 메르디안 오디오 시스템은 사용하는 내내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시승]SUV 시장에 숨겨진 보물, 재규어 E-페이스 디젤

E-페이스는 단순히 판매를 늘리기 위한 차가 아니다. 베이비 재규어라는 타이틀만 봐도 회사가 얼마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잘 닦인 도로를 질주하면서 새로운 재규어 SUV의 발전 가능성을 직감했고 넘쳐나는 SUV 시장에서 찾은 숨은 보석처럼 반가웠다. 가격은 D180 S 5,450만원, D180 SE 5,980만원으로 가솔린에 비해 평균 500만원 저렴하다. E-페이스는 재규어 브랜드는 물론 수입산 SUV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차로 손색 없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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