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제철소 고로(용광로) 정비 때 블리더(안전밸브)를 개방한 건 실정법 위반”이라며 “개별 사업장의 이익만 본다면 환경 정책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앞서 ‘쇳물을 생산하는 제철소 고로 정비 시 블리더를 개방하는 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놔 지방자치단체가 제철소를 상대로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근거가 됐다.

철강업계에선 “정부의 조업정지 처분은 산업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이 문제가 이슈화되자 성명서 등을 통해 “고로를 정비할 때 일시적으로 안전밸브를 개방하는 것은 근로자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라며 “이런 방식은 독일 등 세계 제철소가 100년 이상 적용해오고 있는 안전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또 대체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조업정지 처분은 사실상 운영 중단을 의미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며 “사전 저감절차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블리더는 제철소 고로 위에 설치된 비상밸브로, 폭발 위험이 생기면 자동으로 열린다. 문제는 2개월 간격으로 보수 작업을 할 때 발생한다. 고로에 수증기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압력이 올라가 폭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블리더를 길게는 1시간까지 열어놓는다.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지자체는 “대기환경보전법상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없도록 했다”며 “임의로 블리더를 여는 건 불법”이라 판단했다.

조 장관은 “우리도 이제는 환경을 지키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개별 사업장의 이익만 본다면 환경정책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조 장관은 “다만 고로 문제의 최종 결정은 지자체의 권한”이라며 “지자체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19일 제철소 고로 브리더 문제를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발족시키고 첫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관협의체는 정부 측 3명(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시·도 3명, 전문가 6명, 철강업계 3명, 시민단체 4명 등 19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고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배출량 파악 △해외 제철소 현황 조사 △오염물질 저감 방안 및 제도 개선 등을 진행하게 된다. 환경부는 최소 주 1회 회의를 갖고 제도개선을 포함한 해결방안을 최대한 빨리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