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法 나몰라라…한남뉴타운 수주전 벌써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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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규정했는데도…조합원 따로 만나 홍보
"논란 생기면 조합만 피해"…접촉 금지령까지
"논란 생기면 조합만 피해"…접촉 금지령까지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인 서울 한남뉴타운 수주전이 혼탁해질 조짐이다. 사업이 가장 빠른 한남3구역 시공사선정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법에 금지된 홍보 수단들을 동원하고 있어서다. 시공사 선정에 잡음이 커질 경우 사업이 막판에 지연될 수 있어 재개발조합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개별홍보 난무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께 시공사선정을 앞두고 있는 용산구 한남3구역 수주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OS요원(아웃소싱 요원) 등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일일이 찾아가는 등 개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조합원 개별접촉을 통한 홍보를 금지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랑곳않는 분위기다.
일부 OS요원들은 조합원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등 극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A공인 관계자는 “조합원 개별홍보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며 “당장 대가성은 없이 인사에 그친다지만 결국 나중에 한 표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광동 B공인 관계자는 “자주 접촉하다보니 OS요원과 관리하던 조합원이 친해진 경우도 있다”며 “시공사선정이 다가오자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물밑 홍보전이 치열해지자 조합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비공개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건설사들의 개별홍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묻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합원은 “건설사 직원들이 집까지 찾아와 당황스러웠다”며 “금품 살포 같은 큰 논란으로 번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날마다 출근도장을 찍는 건설사 정비사업팀 직원들도 많다. 중개업소를 ‘포섭’하면 조합원 민심을 얻기 유리하단 계산에서다. 중개업소 대상 모델하우스 투어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남동 C공인 관계자는 “조합원인 중개업자들이 많고 건설사들 또한 이를 모르지 않는다”며 “투어 과정에서 선물을 제공하거나 식사 등의 편의를 봐줬다면 사실상 사전 홍보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 접촉 금지령’까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이 같은 홍보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만들어 고시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시공사선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금품 살포나 이사비 지원 등이 잇따라 문제가 되자 취한 조치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건설사나 OS요원들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다. 책자를 돌리거나 홍보관을 설치하는 것도 금지된다. 조합원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것은 물론 인터넷으로 홍보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물품이나 금품을 제공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해서도 안 된다. 시공사선정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가 결정된 뒤 합동홍보설명회를 통하거나 설명회 이후 마련된 개방된 홍보공간에서만 홍보할 수 있다. 이마저도 사전에 등록된 직원이나 OS요원들만 가능하다.
개별홍보가 적발될 경우 3진 아웃이다. 세 차례 이상 적발되면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효로 처리된다. 다른 정비사업장 수주 참여도 막힌다. 당초엔 해당 지역의 정비사업 참여만 제한됐지만 국토부는 올해부터 대상을 전국 모든 정비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수주 비리를 반복하면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키겠단 의미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설사들이 무리수를 두는 건 한남3구역의 상징성 때문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데다 주변에 고급주택이 많아 ‘재개발 최대어’란 평가를 받는다. 규모도 크다. 새 아파트 5816가구를 짓는 한남3구역은 사업면적이 약 38만㎡로 일반 정비사업의 두 배 수준이다. 추정 공사비만 1조5000억원 안팎이어서 수주하는 건설사는 1~2년치 일감을 확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구역을 수주할 경우 앞으로 2, 4, 5구역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 대부분이 수년 전부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3파전으로 기우는 형국이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한 건설사의 경우 홍보 예산만 200억원 이상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남뉴타운이 향후 압구정 등 강남 재건축 수주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단 계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조합원들에겐 건설사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 시공사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면 가뜩이나 지연된 사업이 자칫 더 늦어질 수도 있어서다. 한남3구역은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올 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기까지 16년이 걸렸다. 조합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로 사업비용이 늘어나거나 사업이 지연되면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며 “과열경쟁으로 인한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개별홍보 난무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께 시공사선정을 앞두고 있는 용산구 한남3구역 수주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OS요원(아웃소싱 요원) 등을 동원해 조합원들을 일일이 찾아가는 등 개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조합원 개별접촉을 통한 홍보를 금지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랑곳않는 분위기다.
일부 OS요원들은 조합원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등 극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A공인 관계자는 “조합원 개별홍보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며 “당장 대가성은 없이 인사에 그친다지만 결국 나중에 한 표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광동 B공인 관계자는 “자주 접촉하다보니 OS요원과 관리하던 조합원이 친해진 경우도 있다”며 “시공사선정이 다가오자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물밑 홍보전이 치열해지자 조합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비공개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건설사들의 개별홍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묻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조합원은 “건설사 직원들이 집까지 찾아와 당황스러웠다”며 “금품 살포 같은 큰 논란으로 번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날마다 출근도장을 찍는 건설사 정비사업팀 직원들도 많다. 중개업소를 ‘포섭’하면 조합원 민심을 얻기 유리하단 계산에서다. 중개업소 대상 모델하우스 투어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남동 C공인 관계자는 “조합원인 중개업자들이 많고 건설사들 또한 이를 모르지 않는다”며 “투어 과정에서 선물을 제공하거나 식사 등의 편의를 봐줬다면 사실상 사전 홍보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 접촉 금지령’까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이 같은 홍보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만들어 고시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시공사선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금품 살포나 이사비 지원 등이 잇따라 문제가 되자 취한 조치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건설사나 OS요원들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다. 책자를 돌리거나 홍보관을 설치하는 것도 금지된다. 조합원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것은 물론 인터넷으로 홍보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물품이나 금품을 제공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해서도 안 된다. 시공사선정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가 결정된 뒤 합동홍보설명회를 통하거나 설명회 이후 마련된 개방된 홍보공간에서만 홍보할 수 있다. 이마저도 사전에 등록된 직원이나 OS요원들만 가능하다.
개별홍보가 적발될 경우 3진 아웃이다. 세 차례 이상 적발되면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효로 처리된다. 다른 정비사업장 수주 참여도 막힌다. 당초엔 해당 지역의 정비사업 참여만 제한됐지만 국토부는 올해부터 대상을 전국 모든 정비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수주 비리를 반복하면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영구 퇴출시키겠단 의미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설사들이 무리수를 두는 건 한남3구역의 상징성 때문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데다 주변에 고급주택이 많아 ‘재개발 최대어’란 평가를 받는다. 규모도 크다. 새 아파트 5816가구를 짓는 한남3구역은 사업면적이 약 38만㎡로 일반 정비사업의 두 배 수준이다. 추정 공사비만 1조5000억원 안팎이어서 수주하는 건설사는 1~2년치 일감을 확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구역을 수주할 경우 앞으로 2, 4, 5구역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 대부분이 수년 전부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3파전으로 기우는 형국이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한 건설사의 경우 홍보 예산만 200억원 이상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남뉴타운이 향후 압구정 등 강남 재건축 수주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단 계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조합원들에겐 건설사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 시공사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면 가뜩이나 지연된 사업이 자칫 더 늦어질 수도 있어서다. 한남3구역은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올 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기까지 16년이 걸렸다. 조합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로 사업비용이 늘어나거나 사업이 지연되면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며 “과열경쟁으로 인한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