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천 심사에서 당무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에게 20%의 감점을 주기로 했다. 대신 정치 신인에겐 2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청와대 출신 참모와 관료 출신 출마 희망자들에게 길을 터주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추진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與, 관료·靑참모 출신 앞세워 '세대교체' 예고
정치 신인 가산점 첫 부여

민주당은 3일 정치 신인에게 폭넓은 기회를 주는 데 방점이 찍힌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규칙을 발표했다. 이 중 핵심은 정치 신인에게 최대 20%(청년·여성·장애인의 경우 25%)의 가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선 공천 과정에서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전혀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20대 국회 초선 의원 비율은 전체 민주당 의원(128명)의 절반이 넘는 66명(51.5%)이다. 가산점을 주기로 한 정치 신인은 총선·지방선거 등에 한 번도 출마하지 않은 경우다. 당내 경선 출마자나 지역 위원장도 해당된다.

반대로 현역 의원 중 당무감사 결과 하위 20%에 속하면 20%의 감점을 매기기로 했다. 20대 국회에선 공천에서 배제됐다. 경선에서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 A와 정치 신인 B가 각각 1만 표를 얻을 경우 A는 8000표, B는 1만2000표로 계산하는 것이다.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엔 30%를 감점한다. 공천 과정에서의 불리함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역 지자체장의 총선 도전은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다만 현역 의원의 공천 배제 등 인위적인 물갈이는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경선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물갈이와 세대교체를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공천룰’의 총책임자인 이해찬 대표는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경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탈락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했다. 이번 총선 경선은 지난해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권리당원 선거인단 50%와 안심번호(일반 여론조사) 선거인단 50%로 총선 출마자를 정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청장 출신 靑 참모는 포함 안돼

민주당은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공천룰을 일찌감치 확정해 정치 신인들에게 준비할 기회도 줬다. 과거 총선에선 공천 규칙을 2~3개월 전에 발표했다. ‘이해찬식’ 시스템 공천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다.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지역구를 수년간 관리해온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보호해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정치 신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천 방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전략 공천을 최소화하고, 중간에 공천 규칙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예외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공천에선 밑그림이 바뀌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규칙은 현 정부의 정통 관료나 청와대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별정직)’들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기자·기업인 출신인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치 신인으로 분류돼 20%의 가산점을 받는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권혁기 전 춘추관장도 정치 신인이다. 이들은 각각 경기 성남중원과 서울 용산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당의 출마 권유를 받는 조국 민정수석도 신인으로 분류된다. 다만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김영배 민정비서관(성북구청장),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은평구청장) 등 구청장 출신 청와대 참모들은 이미 지방선거를 치러 신인에 해당되지 않는다.

총선을 향해 뛰고 있는 문재인 정부 고위직 관료들도 유리해졌다. 최근 일부 도당위원장들은 이 대표에게 지역 출신 관료 등을 전략적으로 총선에 내보내야 한다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이천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대표적 인사다. 당내에선 여당의 취약 지역인 강원에 강릉 출신 최종구 금융위원장, 평창 출신 원경환 서울경찰청장 등의 출마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